한러 회담-與野 대치…朴대통령 쉴틈없네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서유럽 순방 후 첫 업무일인 11일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고 청와대에 머물렀다.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련 준비에 바쁜 것으로 알려졌다.

한러 정상회담에선 철도ㆍ가스관 등 경제협력 의제가 양국의 최대 관심사다. 박 대통령이 주창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실현하기 위한 기반이기 때문에 이번 회담을 통해 가시적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양국 간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경제 분야와는 달리, 북한 문제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안보 의제는 논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슈다. 우선 박근혜정부의 안보정책 기조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대한 러시아 측의 반응이 궁금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미국과 중국 방문에서 이 문제에 대한 두 국가의 지지와 환영의사를 확인했다. 그러나 지난 9월 러시아 G20 정상회의 때 성사된 한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대북 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등은 그 내용이 다소 '원론적'이어서 러시아 측에서도 '원론적'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데는 부담감이 적어 보인다. 그러나 6자회담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선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우리 입장과는 어감이 다른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과 중국, 미국과 일본으로 나뉘어 동북아 안보 및 경제 주도권을 다투는 형국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도 눈여겨봐야 한다. 일본을 상대로 한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대치국면도 마찬가지다. 앞선 박 대통령의 유럽연합(EU) 방문에서 EU 측은 "영토 문제 등에는 입장을 내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지만 "유럽연합은 한ㆍ중ㆍ일 3개국 협력을 적극 지지하고 공동 이해관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지역 문제에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역 내 주도권을 쥐기 위한 박 대통령의 외교력과 푸틴 대통령의 대응 방식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 대통령을 기다리는 또 다른 난제는 순방 기간 중 더 악화된 정치상황에 대한 해법 모색이다. 11일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이번 주 박 대통령으로부터 공식 입장을 들을 기회는 사실상 사라졌다. 18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정치권과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정치권에 던질 새로운 메시지를 준비하는 박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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