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과 야당…'디폴트 모면' 뜻은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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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는 10일(현지시간)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모면하기 위한 임시 부채 증액 편성안을 두고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는 실패했다.

첫 협상에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으나 교착 상태에 빠졌던 협상의 물꼬가 터졌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워싱턴 정가와 월스트리트에선 백악관과 공화당 사이의 디폴트 관련 극적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공화당 지도부가 그동안 강경 입장에서 물러서서 협상안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공화당 원내 사령탑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 지도부는 이날 정부부채 상한을 임시로 증액하는 방안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연방정부 일시폐쇄(셧다운)에 대한 수정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베이너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정부 예산안과 정부 부채 문제에 대해 협상장에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일단 디폴트를 모면하는 수정안으로 쏟아지는 비판 여론을 피하는 동시에 시간을 벌면서 협상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이다.

백악관도 이에 긍정적이었다. 제이 카니 대변인은 공화당 제안에 대해 고무적인 내용이라며 일단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백악관과 공화당이 하루 만에 서로의 이견을 메우기는 역부족이었다. 베이너 의장과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 20명은 이날 오후 백악관을 방문해 담판에 나섰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디폴트뿐만 아니라 열흘째에 접어든 셧다운 문제에 대한 해결 필요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긴급 뉴스로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로 협상이 불발된 것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후 백악관이나 캔터 원내대표는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극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면에선 실패로 볼 수 있지만, 향후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에선 공화당 지도부가 강경 일변도에서 선회했기 때문에 협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협상 테이블에 셧다운과 디폴트 해법이 본격적으로 올랐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동안 강경 투쟁을 이끌어온 공화당 지도부는 최근 곤경에 빠졌다. 극우 보수단체인 티파티와 함께 오바마케어 폐지를 명분으로 셧다운까지 감수했지만 여론은 싸늘하게 식고 있다.

지난 9일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도는 전달 조사보다 무려 10%포인트나 떨어진 28%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도 4%포인트 낮아졌으나 그래도 43%나 된다.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15%포인트나 벌어진 경우는 극히 드물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지도부 강경론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지도부가 티파티에 휘둘려 무리하게 셧다운 투쟁을 벌이는 바람에 민심을 잃고 있다는 우려들이다. 존 매케인 등 공화당 원로와 중도파들은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CNN이 하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도 충격적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이 셧다운을 종료시키기 위해 마련 중인 법안에 대해 의견을 물어보니 민주당 의원 200명 전원과 공화당 의원 19명이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이미 하원 과반수인 217표를 넘어섰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측은 그동안 “오바마케어는 이미 의회 승인을 받았으므로 협상 대상이 아니니 공화당이 셧다운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원칙론을 통해 여론몰이를 해왔다.

향후 워싱턴 정치권에서 본격적인 협상 줄다리기가 전개되겠지만 힘의 중심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많이 기울어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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