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기초연금 이어 주택정책도 슬그머니..

주택임대관리업, 4·1대책 발표안과 시행령 비교해보니 '세제혜택' 쏙 빠져
업계 "법인세·증여세 감면 없는데 임대인이 관리업 하겠나"
불완전한 규정에 페이퍼컴퍼니 양산 우려, 임대료 떼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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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 기초연금을 둘러싸고 박근혜정부의 공약 뒤집기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주택정책에서도 일관성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새롭게 도입하는 '주택임대관리업'은 주택보급률 100% 시대를 맞아 바꾼 주택정책 패러다임의 핵심 중 하나다. 그런데 주택임대관리업을 육성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던 세제혜택을 제외한 채 법령을 슬그머니 개정 중인 것으로 드러나 시장은 혼란에 휩싸였다.임대주택을 관리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임대관리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법인세와 증여세 등을 감면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당초 정부와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또 주택임대관리업 관련 규정이 부실, 페이퍼컴퍼니가 생겨날 위험이 크고 임차인들이 임대료를 떼일 우려도 클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임대관리업이 뭐기에= 2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임대를 목적으로 하는 주택에 대한 시설물 관리, 임차료 징수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택임대관리업'을 신설하는 내용의 '주택법'이 내년 2월7일 시행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시행령 개정안을 만들어 최근 입법예고했다.

정부는 전월세 시장이 불안정함에 따라 민간임대주택 공급기반을 확고하게 만들어 서민 주거안정을 꾀하기 위해 주택임대관리업을 신설했다. 난립하는 주택임대관리업체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안정적으로 민간임대사업자들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등 건전한 임대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여기에 전문 임대관리를 통해 개인 임대인 입장에서는 임대료를 내지 않는 임차인으로 인한 고민을 덜고, 임차인 입장에서는 질 높은 임대주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평가됐다.

특히 정부가 주택임대관리업 관련 세제혜택을 주겠다고 하면서 관련 업계의 기대감은 더 컸다. 정부는 지난 4월1일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통해 "민간 임대주택의 시설관리 및 임차인 관리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주택임대관리업을 신설하고 세제혜택을 강구(주택법 등 개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토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안전행정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박근혜정부 초기의 주요 정책이었다. 이에 일감 부족에 허덕이는 기업들은 앞다퉈 임대관리업 진출을 고려하던 중이었다.

◆세제혜택 "없던 일로"= 그런데 지난 9월 국토부가 입법예고한 내용을 보면 주택임대관리업에 대한 '세제혜택'은 아예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이와 관련해 주택법 시행령에는 ▲주택임대관리업의 등록대상 및 등록기준 규정(등록요건: 자기관리형 자본금 5억원ㆍ전문인력 3명, 위탁관리형 자본금 2억원ㆍ전문인력 2명) ▲주택임대관리업 등록말소 등 행정처분 기준 마련 ▲자기관리형 주택임대관리업자 가입 보증상품 규정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기준(50만~1000만원) ▲주택조합, 주택관리업 등 기타 위임사항 규정 등 각종 규제 조항만 들어 있다. '채찍'만 있고 '당근'은 전혀 없는 셈이다.

주택임대관리업을 준비하던 업체들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이다. 지난 3월 대책 발표를 앞두고 정부 관계자와 업계 전문가들이 모인 주택임대관리 제도 관련 회의에서도 세제혜택은 당연한 것이라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한 주택관리업체 관계자는 "지난 3월 국토부에서 이와 관련한 회의를 했을 때도 주택임대관리업자에 대해서는 법인세, 임대사업자에게는 증여세를 감면하는 등의 세제혜택을 주는 논의가 있었다"면서 "그런데 개정안에는 세제혜택이 전부 빠져 임대사업자나 임대관리업체 양성을 위한 여건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임대ㆍ임차인 모두 부정적= 더 큰 문제는 불완전한 규정으로 임대ㆍ임차인 피해자들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만든 시행령에는 임차인들에게 받은 임대료와 보증금을 임대관리업체 운영자금과 구분하도록 규정하지 않았다. 이럴 경우 일정 요건만 갖춘 페이퍼컴퍼니가 만들어져 거액의 임대료를 받아서 임대인에게 넘기지 않고 몽땅 챙기는 사기사건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이런 경우까지 보호 장치를 만들어놨는데 우리는 그런 규정이 없어 내년에 이 법이 도입됐을 때 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관련 규정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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