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시티투어버스는 유령버스?…하루 이용객 고작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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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 3일 오후 서울 압구정역 부근. 이곳엔 두 달 전 강남구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도입한 '강남 시티투어버스' 정류소가 있다. 정시가 되자 영어로 '강남(Gangnam)'이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쓰인 빨간색 버스가 도착했다. 좌석마다 터치형 외국어 안내방송 기기가 설치돼 있고 무선 인터넷도 쓸 수 있는 최첨단식 버스였다. 하지만 버스가 강남의 주요명소 일대를 도는 90분 동안 승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싸이 '강남스타일'의 인기에 힘입어 야심차게 도입한 강남 시티투어버스가 저조한 이용률로 빈축을 사고 있다.지난 7월 운행에 들어간 강남 시티투어버스의 하루 이용자 수는 5~20명으로 매우 미미하다. 강남구 예산으로 연간 1억2000만원의 운영비가 소요되고 있지만, 두 달 넘게 '승객 없는 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탓에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재 두 대로 운영 중인 강남 시티투어버스는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인근에서 출발해 양재천과 선릉, 삼성동 코엑스 및 강남역 등 명소 21곳을 하루 12차례 순환한다. 1만원의 일일 탑승권을 끊으면 몇 번이든 버스를 탈 수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에겐 편리한 교통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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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강남 시티투어버스는 단 한 명의 승객도 없이 빈 차로 운행됐다. 타는 사람이 없으니 정류소에 정차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좌석마다 설치된 다국어 음성안내 시스템도 미흡하긴 마찬가지였다. 버스 운행에 따라 자동으로 화면이 바뀌고 정류소 인근 지역에 대한 설명이 나와야 하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버스가 정차하는 정류소에는 노선도만 붙어 있을 뿐 배차 시간표도 없었다. 일본인 관광객 이즈미(31)씨는 "두 번째 한국 방문이지만 강남 투어버스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다"며 "서울을 여행할 때는 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강남구는 올해 말 이 버스를 국내 최초로 전차 모양의 트롤리형 버스로 대체하고 본격적으로 홍보한다는 계획이지만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임동호 강남구 관광진흥과 팀장은 "이용자 수가 적은 이유는 시티투어버스에 대한 홍보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국내외 여행사와 카드회사를 상대로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할 계획으로 오는 11월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버스 운영업체인 KT의 자회사 '스마트로'는 올해 말 4억5000만원을 투자해 해외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트롤리형 버스 두 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IT기기를 활용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버스 정류소'를 설치하기 위해 서울시, 강남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경숙 한국관광학회장은 "강남구는 이미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잘 갖춰졌기 때문에 여행객들이 굳이 강남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며 "관광 인프라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선 실제 관광객들이 접촉하는 관광명소를 발전시키는 일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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