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에도 전셋값 '급등'…물량 넘치는 월세는 '뚝'

전셋값, 전월 대비 0.3% 상승…11개월 연속 오름세
월세, 4개월째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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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저금리 기조에 수급불균형까지 더해지면서 전·월세 시장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세는 여름 비수기에도 지속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월세는 공급이 넘치면서 가격 하락세가 뚜렷하다. 정부가 주택 신규공급을 줄여 거래시장을 회복시키겠다고 나섰으나 시장의 변화에 앞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 전셋값은 전월 대비 0.3% 상승, 오름폭을 확대하며 11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도권은 0.39% 올랐고 지방은 0.22% 상승했다.지역별로는 대구(1.22%), 경북(0.64%), 세종(0.60%), 서울(0.53%), 인천(0.43%), 대전(0.34%), 경기(0.27%) 등이 상승했다. 주택유형별로는 아파트 0.42%, 연립주택 0.24%, 단독주택 0.03%를 기록하며 모든 유형에서 오름폭이 확대됐다. 특히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67% 상승하며 가장 많이 올랐다.

장마철은 주택시장 비수기라는 공식도 무의미해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세가 상승을 취득세 감면 종료 이후 계속되고 있는 매매수요 관망세와 저금리 기조에서 찾고 있다.

규모별 아파트 전셋값은 60~85㎡ 이하(0.48%), 102~135㎡ 이하(0.48%), 85~102㎡ 이하(0.40%), 135㎡ 초과(0.36%), 60㎡(0.34%) 순으로 모든 주택형에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과거 중소형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오름세를 보였지만 최근 대형 아파트로까지 확대된 모습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임대인들이 전세 물량을 월세로 전환해 전셋집 찾기가 힘들어지면서 전셋값은 더욱 상승하고 있다"면서 "저금리 기조로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이 낮아지면서 전세 보증금 상승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도 높아진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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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와 달리 전국 8개 시·도의 주택 월세는 전월보다 0.2% 떨어져 4개월째 하락했다.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등 월세형 주택 공급이 지속 늘어난 데다 전세 주택까지 대거 월세(보증부월세)로 전환해 월세 물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월세가격은 서울(-0.4%), 경기(-0.1%), 인천(-0.1%) 등이 모두 하락했다. 서울 강북권(-0.4%)은 전세자금 대출 덕분에 세입자의 전세 선호 현상이 심화해 월세가격이 내려갔다. 강남권(-0.4%)은 도시형생활주택 신축 등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경기 수원 등과 인천의 월세가격이 내려간 것도 공급 물량 증가 때문이다.

지방광역시 월세가격은 대구(0.2%)와 울산(0.1%)은 혁신도시 입주 기대감으로 상승했다. 부산(-0.2%)과 대전(-0.2%)은 소형 아파트와 신축 원룸 등의 공급으로 약세를 보였고 광주는 보합이었다.

주택 유형별로 단독주택(-0.2%), 아파트(-0.1%), 연립·다세대(-0.2%), 오피스텔(-0.3%) 등 모든 유형의 월세가격이 하락했고 오피스텔은 7개월째 약세를 지속했다. 김세기 한국감정원 부동산분석부장은 "현재도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의 공실이 많고 공급물량이 남아 있어서 월세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취득세 감면 종료와 세제개편 논의 등과 함께 전·월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으로 임대차 시장질서가 왜곡되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거래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세제개편이 확정되기 전까지라도 거래를 정상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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