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인수전, 다윗과 골리앗이 붙는다

하나, 신한금융 관심표명... BS, DGB금융 등 지방 지주사도 참여

[아시아경제 장준우 기자]하나와 신한 등 대형금융지주사들이 경남ㆍ광주은행 인수전에 시동을 걸었다. 지방금융지주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던 지방은행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17일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인수를 검토하도록 관련부서에 지시했다"며 "인수 여부는 실무적인 검토 후 이사회가 최종 결정할 것이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현재 외환은행과의 통합이 진행 중이고 올해 2분기 실적도 전년대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지난 15일 우리금융 민영화의 신호탄인 경남ㆍ광주은행 매각공고 후, 지방은행 인수검토에 대한 입장을 공식화했다. 신한금융그룹도 상황에 따라 경남ㆍ광주은행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신한금융 고위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인수전 참여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금융지주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지방금융지주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경남은행 인수전은 BS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 간의 양자구도로 점쳐졌다. 그러나 자금동원력이 앞서는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인수전에 참가하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금융지주들이 인수 참여에 뛰어들면 두 지방금융지주가 불리해질 수 있다"며 "지방금융지주들은 더 체계적인 전략을 통해 대형금융지주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장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금융지주들은 대형금융지주의 인수 관심 표명에 신경을 쓰면서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경쟁하고 있는 다른 지방금융지주가 가져갈 바에야 시중금융지주가 인수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BS금융 관계자는 "최고가입찰제이기 때문에 자금동원력에서 신한금융이나 하나금융과 경쟁하면 불리한 점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형금융지주에서 경남은행을 인수한다 해도 이미 지역에서 충분히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큰 위협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차라리 대형금융지주에서 경남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지역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대형금융지주들이 회사채 발행 등으로 인수 자금은 쉽게 조성할 수 있지만 당면한 과제가 많아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현재 외환은행과의 통합작업을 우선적으로 마무리해야하는 만큼 긍정적인 검토 결과가 나오더라도 지방은행 인수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신한금융도 과거 LG카드 인수 때 발행했던 부채가 아직 남아있고 바젤III에 따른 자본 확충 필요성으로 지방은행을 인수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준우 기자 so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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