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경고등?… 1% 물가의 진실은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환란 시절만큼 떨어진 소비자 물가가 심상치 않다는 지적과 무상보육 등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선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 물가는 1년 전보다 1.0% 올라 두 달 연속 1.0%의 상승세를 보였다. 외환위기로 경제가 고꾸라진 1999년 9월(0.8%) 이후 13년 8개월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11월(1.6%) 1%대에 진입한 뒤 8개월 연속 1%대에서 움직이는 중이다. 경기 변동기에 참고하는 전월비 물가는 6월들어 0.1% 하락했다. 3월과 4월 마이너스를 보인 전월비 물가는 5월(0.0%)들어 보합세를 나타냈지만, 이런 흐름은 한 달만에 뒤집어졌다.

최근 물가 흐름은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범위(2.5∼3.5%) 하한선을 밑돈다. 일본식 장기불황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디플레이션은 전반적인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이른다. 물가가 떨어지면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상품을 살 수 있지만, 경기 침체와 맞물린 디플레이션은 경제의 동력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이런 디플레이션은 대개 수요 측면에서 시작된다. 소비와 투자가 줄어 물가가 떨어지는 경우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과 19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일본의 장기 불황은 이렇게 찾아왔다.

경기 침체 속 디플레이션이 무서운 건 돈의 흐름을 막기 때문이다. 물가가 떨어질 땐 소비 시기를 늦출수록 이득이 돼 개인과 기업이 현금을 쌓아두게 된다. 이렇게 가계가 지갑을 닫고 기업이 투자를 멈추면 결국 일자리가 사라진다. 가계빚 1000조원 시대에 자산 가치는 떨어지는데 돈의 값어치만 올라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것도 문제다.

관련 통계는 걱정스럽다. 한은이 집계한 1분기 가계 자금잉여 규모는 30조1000억원. 전분기보다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기업도 투자를 미룬 채 돈을 쌓아두고 있다. 10대 그룹 소속 12월 결산법인 69개사의 지난해 내부 유보율은 1441.7%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유보율은 번 돈을 내부에 얼마나 쌓아두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정부와 한은은 하지만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대희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전반적인 소비가 둔화된 건 사실이지만, 3월부터 시작된 무상보육과 농축산물 공급 확대, 석유류 가격 인하만으로 물가가 1.0%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면서 "장마 이후 농산물 값이 오르고, 휴가철 수요가 겹쳐 하반기 물가는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 역시 여러 차례 "3% 안팎의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를 언급하면서 하반기 물가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비슷하다. 김현욱 SK경영경제연구소 실장은 "2011년 물가가 많이 올라 실제 물가가 높아져도 지표 상승폭은 낮은 착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체감 물가와 지표 물가 사이의 괴리가 큰 걸 보면, 수요가 줄어 물가가 떨어지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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