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벌 트럼프 스코틀랜드와 ‘바람’ 싸움

스코틀랜드 트럼프 리조트 인근 풍력발전기 승인…트럼프 소송으로 맞서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미국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와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바람’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가 짓는 리조트 인근에 풍력발전기를 건설하는 계획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승인했고, 그러자 트럼프가 강하게 반발하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고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이 전했다. 트럼프는 북해가 보이는 스코틀랜드 동북부 애버딘 지역에 수억 달러를 들여 리조트를 짓고 있다. 지난해 7월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링크스 코스를 개장했고 현재 둘째 골프 코스 공사를 진행중이다. 호화 호텔도 지을 계획이다.

최근 스코틀랜드를 찾은 트럼프는 “첫째 골프장은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며 리조트 사업은 정말 멋지고 아름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만만한 트럼프에게 고민 거리는 리조트에서 보이는 곳에 11기의 풍력발전기를 세우려고 하는 스코틀랜드 정부다.

트럼프는 풍력발전기가 리조트 경관을 망가뜨린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가 내세우는 명분은 환경이다. 그는 “풍력발전기는 새들을 죽인다”며 “환경에 재앙”이라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풍력발전기를 세운다면 나는 호텔을 짓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지난 3월 이 지역 풍력발전 사업을 승인했다. 트럼프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를 상대로 사업승인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섰다.

풍력발전은 스코틀랜드의 독립과 맞물린 사안이다. 트럼프가 벌이는 싸움이 힘겨울 것임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을 내년에 주민투표로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집권중인 스코틀랜드 독립당의 에너지 비전은 풍력을 활용함으로써 전력에서도 독립을 이룬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 독립당은 2020년까지 모든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해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렇게 하려면 바람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트럼프는 영국 신문에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수반 알렉스 새먼드는 미쳤고 수천기의 풍력발전기는 결국 쓰레기장으로 갈 것”이라는 악담을 퍼부었다. 지난해 스코틀랜드 의회 에너지위원회에 출석해서는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경우 스코틀랜드는 파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녹색당 의원 패트릭 하비는 “트럼프는 여기 살지 않고 여기에서 투표하지도 않는다”며 그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하비는 “만약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오만한 협박자 트럼프에게 밀린다면 그건 엄청난 불명예이자 기회 상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에게 다소 유리한 상황도 발생했다. 에버딘 풍력발전단지 사업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스웨덴 회사 바텐팔이 최근 이익 감소로 고전하고 있다. 바텐발은 이 사업의 지분을 줄이려 하고 있다.

그러자 트럼프는 “누가 바텐팔의 지분을 인수하든지, 그 회사는 엄청난 손실을 볼 것”이라며 이렇게 장담했다. “결국 아무도 지분을 넘겨받지 않을 테고, 풍력발전소는 지어지지 않을 것이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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