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중 협력, 경제 넘어 정치·문화로

[아시아경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의미 있는 합의를 이뤄 냈다. 양국 정상은 한중 미래 비전 공동성명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지 않을 것(北核不容)임을 분명히 했다. 선언적 의미의 한반도 비핵화 합의를 넘어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는 공조 강화를 이끈 점은 중국이 북한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일한 국가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국은 2008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다. 하지만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나 천안함 사건 등으로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논의할 때 중국은 북한을 변호해 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한중 양국의 이익에 배치된다는 공감대를 도출함으로써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에 비판적인 자세를 보여 온 중국의 달라진 모습을 확인시켰다. 1992년 수교 이후 경제 분야에 집중돼 온 한중 관계가 정치ㆍ안보 분야로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경열정냉(經熱政冷)', 경제적으론 밀접하지만 정치적으로 냉랭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양국 관계가 이제는 '경열정열(經熱政熱)', 즉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ㆍ안보 분야에서도 밀접해지길 기대한다.

동북아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한국ㆍ중국ㆍ일본 등 3국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올해 집권한 한중 정상은 앞으로 5년간 호흡을 맞춰야 한다. 양국 정부는 물론 정상 간 신뢰가 중요하다. 이번에 합의한 정상 간 상시 소통과 고위급 대화 채널을 통해 정치ㆍ안보 분야에서 내실 있는 의견 교환을 해야 할 것이다.

양국 정상은 높은 수준의 포괄적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목표로 협상의 조속한 진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시한을 정해 무리하게 속도를 높일 일은 아니다. 정보통신ㆍ금융ㆍ에너지ㆍ환경ㆍ어업 등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 증진을 꾀하면서 차분히 협상을 진행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일본과 통화스와프가 종결되는 상황에서 한중 간 통화스와프 연장과 함께 규모를 늘리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정부 차원의 인문교류 공동위원회를 두기로 한 점도 눈에 띈다. 양국이 오랜 기간 공유해 온 문화는 함께 지켜야 할 자산이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채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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