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흥지구 사업조정.. 경매 낙찰가율 '급등'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서울 금천구 가산다지털단지에서 근무하는 김형기(가명)씨는 내년 5월 결혼을 앞두고 회사에서 가까우면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광명시 광명동을 찾았다. 신혼부부가 살기에 딱 좋은 전용 58㎡ 빌라(감정가 1억7000만원)가 경매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은 김씨는 지난 13일 경기 안산지방법원을 찾았다. 김씨는 안전한 낙찰을 위해 최저가보다 1000만원 높은 1억2900만원을 써냈다. 낙찰을 확신했던 김씨는 경매 결과를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 무려 10명의 입찰자가 몰려 1억5555만원에 낙찰, 91.5%의 낙찰가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광명·시흥보금자리지구가 심상치 않다. 정부의 사업정상화 방안 발표를 앞두고 경매 물건은 줄고 낙찰가율과 경쟁률은 급등하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 주목된다.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광명·시흥보금자리지구(광명시 광명동·가학동·노온사동·옥길동, 시흥시 과림동·무지내동·금이동·논곡동·목감동)의 올 2분기(20일 기준) 경매 평균 낙찰가율이 73.99%를 기록해 전 분기(65.17%) 대비 8.82%포인트 급등했다.

이 지역은 지난 2010년 보금자리지구 지정 이후 높은 관심을 받으며 2011년 평균 낙찰가율이 81.1%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미뤄지고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장기화하면서 2012년 낙찰가율이 74.99%로 내려앉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보금자리정책 지우기가 가속화한 지난 1분기에는 65.17%까지 떨어지면서 채무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고통은 가중됐다.

첫 경매에서 낙찰되는 신건낙찰과 감정평가액보다 높은 금액에 주인을 찾는 고가낙찰도 늘고 있다. 지난 1분기 이 지역 경매 결과 신건낙찰은 없었으며 고가낙찰도 한 건에 그쳤지만 2분기 들어 각각 5건씩을 기록했다. 이 기간 경매 평균 낙찰률도 26.96%에서 38.55%로 11.59%포인트 증가했다. 광명·시흥보금자리지구는 전체 면적이 1736만7176㎡에 달하는 수도권 최대 규모의 보금자리지구다. 정부는 당초 이 지역에 2020년까지 9만4119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보금자리지구 지정 이후 보상을 예상한 주민들은 해당 지구 내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사업이 지연되고 보상이 제때 이뤄지지 않자 빚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늘면서 2011년 265건이던 경매 물건이 2012년 482건으로 54.97% 증가하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에 나면서 불안감은 다소 해소된 모습이다. 보금자리특별법을 공공주택특별법으로 개정하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이 개정안에는 보금자리지구의 면적을 30% 이내에서 축소·조정할 수 있으며 지구에서 해제된 곳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다시 환원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광명·시흥 보금자리지구의 사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 중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경제장관 회의를 거쳐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민간분양에 악영향을 준다는 비판을 감안, 면적과 공공분양 수를 대폭 줄이고 임대주택 위주의 건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자족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포한될 것이란 전망이다.

박종보 부동산태인 연구원은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면서 "정상화 방안이 발표된다 해도 사업이 가시화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향후 추이와 계획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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