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내라 Y]아이디어 화장품 입소문 타고 천리간다

10조 시장이지만 대기업 유통장벽이 무섭다고?

-청년창업 시리즈 9. 국내 화장품 시장 매년 성장…올해 10조원 전망
-유기농·천연화장품 등 틈새 겨냥
-우수 품질·가격 경쟁력 갖출 땐 소셜커머스·홈쇼핑가 판로 넉넉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경기 침체로 다수의 소비재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 그래프는 뚝 끊겼고 업체들은 새 먹거리를 찾느라 분주하다. 그런데 유독 국내 뷰티(미용) 산업은 불황의 그늘이 빗겨지나갔다. 경기 침체의 늪을 뚫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 한류 바람이라는 든든한 지원군까지 가세해 'K-뷰티' 저력을 확인하고 있다.특히 화장품 시장이 K-뷰티를 이끌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 시장 규모는 약 63억 달러(6조5890억여원)로 전년 대비 4.5% 성장했다. 전 세계시장의 2.6%를 차지하는 것으로, 순위로는 세계 11번째다.

최근 몇 년간 성장세도 좋다.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 시장은 2009년 57억3700만 달러(5조5340억여원)에서 2010년 60억3800만 달러(6억3080억여원), 2011년 63억2700만 달러(6억5890억여원)로 해마다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는 10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률로 치면 5.5%나 된다. 김한균 코스토리 대표는 "경기가 어려워도 '립스틱 효과'처럼 화장품 시장은 큰 타격을 받지 않는 것 같다"면서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화장품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고 특히 해외시장의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보건산업진흥원 역시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은 로드숍을 앞세운 저가시장이 호황을 누렸다. 독특한 상품 구성과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를 모델로 적극 기용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진흥원 측은 "경기 위축의 여파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소비자들이 브랜드 인지도 보다 목적과 기능성이 맞춘 소비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브랜드숍(로드숍)을 필두로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등 중저가 시장이 높은 성장을 유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고 설명했다.
['일'내라 Y]아이디어 화장품 입소문 타고 천리간다 원본보기 아이콘
 
다만 한 자릿수 시장 점유율을 놓고 수많은 업체가 경쟁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걸림돌이다. 현재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나머지 시장을 수입 화장품 브랜드와 로드숍 브랜드가 채운다. 수입 화장품을 제외하면 대기업과 유명 로드숍 브랜드가 사실상 국내 화장품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화장품 시장의 양극화는 통계 수치에서도 나타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화장품 생산실적이 있는 업체 640개다. 이들 업체 중 생산 규모가 1000억원 이상인 상위 10개의 생산실적(4조8708억원)은 전체의 76.3%나 차지해, 화장품 산업의 양극화가 심했다. 한 중소기업 화장품 업체 대표는 "국내 업체만 놓고 보면 대기업과 유명 로드숍 브랜드가 화장품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나머지 2~3%의 시장 점유율을 놓고 제조ㆍ판매 등록된 4000~5000개의 회사가 싸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존 대기업의 높은 벽은 쉬이 넘기 힘들다. 대규모의 유통망을 확보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이디어 제품이 시장의 판을 뒤흔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 위주로 판이 짜여진 화장품 시장에서 틈새시장을 전략적으로 노려야 한다는 얘기다.

라라베시의 '모로코 아르간 스팀크림'(일명 악마크림)이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이 그렇듯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던 이 업체는 소셜커머스를 만나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초 공식 론칭한 이래 온라인과 홈쇼핑 등지에서 50만개 이상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다. 이달 초에는 면세점에도 단독 입점했다. 소셜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라라베시의 악마크림처럼 중소기업이 우수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적으로 히트 칠 수도 있다"면서 "아이디어 제품 하나가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유기농, 천연 화장품 등이 각광받는 것처럼 앞으로는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친환경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겨냥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전략의 하나"라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