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날뛰는 전자금융사기, 대응은 뒷북치기

은행 등의 홈페이지와 비슷한 가짜 홈페이지(피싱사이트)를 만들어 개인의 금융거래정보를 알아낸 뒤 돈을 빼 가는 신종 전자금융사기인 '파밍(pharming)'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1~12월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피해액만 146건, 9억6000만원에 이른다.

전자금융사기 수법은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주거래 또는 대출 받은 금융회사 명의로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보안등급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속아 넘어가도록 만든다. 악성코드가 담긴 파일을 이메일로 보내 PC를 감염시킴으로써 이용자가 금융회사의 정상 사이트에 접속해도 피싱사이트로 연결시킨다. 심지어 은행ㆍ카드사 전화와 같은 번호로 메시지를 보내 피싱사이트로 접속하도록 유도한다. 2011년부터 본격화한 피싱사이트는 지난해 급증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피싱사이트 차단 건수는 6944건(금융기관 4242건, 공공기관 2702건)으로 2011년(1849건)의 3.8배에 이르렀다. 하지만 금융ㆍ정보통신 당국과 금융ㆍ통신회사의 대응은 여전히 뒷북치기요 사후약방문이다. 그저 개인적으로 금융거래정보 유출에 주의하고 인터넷뱅킹 보안카드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등 당부에 그칠 뿐이다. 이 같은 금융ㆍ통신회사의 안이한 대처가 보이스피싱을 키웠다.

경찰청이 집계한 2006년 6월부터 지난해까지의 보이스피싱 피해(파밍 포함) 규모는 총 4만51건, 4206억원이다. 신고하지 않은 경우까지 합치면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이다. 결코 개인의 부주의나 개인정보 관리 소홀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횡행하는 전자금융사기는 우리 사회를 흔드는 중대 범죄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명성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고객 스스로 조심하라는 식의 당부만으로 날로 교묘해지는 전자금융사기를 막을 수 없다. 금융회사는 신종 수법이 발견되면 즉각 고객에게 알리고 당국과 함께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통신사도 피싱 수단으로 악용되는 인터넷전화 가입자에 대한 실명확인을 철저히 하는 등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금융당국과 방송통신위, 금융회사, 통신사는 물론 경찰, 검찰 등 관계기관이 함께 나서 전자금융사기와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하는 서민생활 안정과 직결되는 문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