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난과 고독, 깊어진 노령화의 그늘

수명은 길어지는데 벌어놓은 돈은 없다. 기댈 만한 공적 연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가난만이 노인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 들수록 배우자에 대한 불만이 커진다. 20년 넘게 함께한 부부가 어느 날 갈라선다. 그렇게 황혼이혼을 겪고 여생을 홀로 산다. 갈수록 늘어나는 가난하고 고독한 노인들. 고령화로 치닫는 한국 사회의 우울한 현실이다.

깊어지는 노인계층의 빈곤과 가족해체, 고독한 삶의 실체를 알리는 통계가 잇달아 나왔다. 노년층의 소득불평등 정도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통계는 노인 빈곤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운다. 통계청, 노동연구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은퇴연령층 가구의 빈부격차는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이들의 소득불평등을 따지는 지니계수는 2011년 위험 수준을 넘어서며 8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한국 노년층의 지니계수는 OECD에서도 멕시코, 칠레 등 남미국가들과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령일수록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노년층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회적 과제다. 취업능력 하락은 물론 빈곤할수록 국민연금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생활이 어려운 빈곤층 노인가구가 전체의 절반에 이른다. 수명의 연장이 곧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을 절감케 한다.

나이 든 부부의 황혼이혼이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도 나왔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1년 전체 이혼 가운데 20년 이상된 부부가 24.8%로 전체 이혼 4건 중 1건 꼴이었다. 1990년에는 그 비중이 5.2%에 불과했다. 15~19년 살다가 이혼한 부부의 비중도 같은 기간 두 배가 높아져 14.2%에 달했다.

1990년 9%에 불과했던 1인 가구의 비중은 2010년 23.9%로 치솟았다. 황혼이혼의 급증도 주요한 요인의 하나다. 대다수 독거노인들은 가난하다. 60대 이상 1인 가구의 노후 준비율은 30.5%에 불과하다. 가난에 더해 홀로 사는 외로움은 정신적인 고통이다. 노인 1인 가구가 취업, 건강검진보다 가사도움과 간병, 이야기 상대를 더 원하는 이유다. 노령화 사회의 슬픈 자화상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국가와 사회, 가족 구성원이 힘과 지혜를 모아 풀어야 할 무거운 과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