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회사 회장이 '다빈치 박물관'에 공들이는 이유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의 특별한 증여 화제

제주 다빈치박물관 전경

제주 다빈치박물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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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제주도 중문관광단지에서 서부권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다빈치뮤지엄'.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전체 면적이 2658㎡에 달하며, 다빈치의 스케치를 토대로 공식 재현한 과학 발명품 모형과 인체 해부학, 로봇 발명품, 다빈치 노트 사본 등 250여점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이 박물관의 주인이 국내 최대 가구회사인 한샘의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조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휘찬(구 휘현산업개발)이 박물관을 건설, 운영하고 있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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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만 해도 휘찬의 대표이사는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찬씨였지만 조씨가 지난해 사임한 이후 대표이사 자리는 다시 조 회장에게로 돌아왔다. 조 회장은 설립 2년차를 맞은 박물관의 경영이 여의치 않자 직접 한샘 주식을 증여해 자본을 쌓아 줄 정도로 박물관에 대한 관심이 높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10일 자사주 17만주를 휘찬에 증여했다. 당일 종가(주당 1만6300원)로 계산하면 약 27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매출부진으로 인해 개관 첫해부터 적자를 본 박물관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 박물관 매출액은 3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은 13억원, 당기순손실은 20억원에 달했다. 이로 인해 10억원 자본잠식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 회장의 증여로 인해 휘찬은 다시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가구업계 출신인 조 회장이 가구박물관이 아닌 다빈치 박물관을 운영하는 이유는 디자인과 예술에 대한 관심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휘찬이 2008년 한라휠링파크 조성사업 신청서를 제주도에 제출했을 때도 명품가구를 소재로 한 가구역사박물관을 짓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다빈치 박물관만이 완공돼 운영되고 있다. 이는 평소 디자인과 예술을 사랑하는 조 회장의 성품에 미뤄볼 때 충분히 유추 가능하다. 과학부터 문화, 예술에 폭넓게 걸친 다빈치의 발명품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리라는 것. 조 회장은 지난 2008년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 등 국내 최고 건축가ㆍ디자이너 30명을 모아 중국으로 '디자인기행'을 떠날 만큼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 회장이 직접 이 기행을 주최하고 추진하는 등 열의를 숨기지 않았다. 지난 2009년 11월에는 손혜원 크로스포인트 대표에게 요청해 한샘인테리어 잠실직매장 자리에 '한국 나전명품전'을 갖기도 했다. 한샘 관계자는 "외부에서 조 회장을 디자인 고문으로 추대하려고 회사로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며 "문화ㆍ예술 등에 관심이 많고 박학한 것으로도 업계에서 유명하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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