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불법 오피스임대 횡행하는 판교테크노밸리

[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빌딩주 쪽에서 아무 문제 없다고 하니 그런 줄 알죠. 우리야 임대 대행 위탁 받아서 수행 만 하는 것이니 자세한 내막은 잘 모릅니다.”

판교 테크노밸리 내 I빌딩(가칭) 오피스 임차인 모집을 하고 있는 대행업체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I빌딩의 경우 임대를 놓으면 안되는 빌딩인 줄 몰랐나’라고 묻자 그는 “잘 몰랐다”며 “다들 그런 줄 알고 임차인 모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정황을 따져보면 그의 말은 진실에서 거리가 멀다. I빌딩은 지난 8일 경기도가 실사를 나와 임차인으로 들어와 있는 한 경비업체를 내보내도록 조치한 바로 그 빌딩이다.

판교 테크노밸리는 구역 활성화를 위해 용지의 용도를 구분해 놓았다. 첨단연구용지 일반연구용지의 경우 판교테크토밸리의 구색에 맞는 첨단 기업 유치를 위해 사옥 용도로 용지를 분양하고 임대비율을 엄격히 제한했다. 인근 연구지원용지 정도가 연면적의 30~60% 정도에서 임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최근 판교테크노밸리 일반연구용지에 사옥으로 지어진 빌딩들이 계약시 약정된 비율을 넘어 버젓이 임차인 모집에 나서고 있다. 일반연구용지의 경우 사옥 유치를 위해 감정가로 싸게 공급된 땅이어서 이 곳에서 임대 사업을 할 경우 사실상 특혜나 다름이 없다. 연구지원용지의 경우 낙찰가로 매입해 일반연구용지보다 땅값이 두세배 비쌌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사옥용도의 오피스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 매물이 관리비와 임대료가 평당 3000원 가량 싸다. 오피스를 구하는 임차인 입장에서야 같은 조건에서 싸게 나오는 매물이 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또 용지별 용도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덜컥 임대차 계약을 맺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사실상 불법 임대차 계약이 횡행하자 경기도가 I빌딩 등 민원이 들어온 건물은 실사를 마친 데 이어 내년 1월 중에 판교테크노밸리 전체 빌딩에 대한 실사에 나설 계획이다. 자신도 모른 채 불법 임대로 들어온 임차인들에 대한 선의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사옥 용도로 부지를 매입한 뒤 불법 임대 사업에 나선 업체들이 대부분 이름만 대면 알만한 각분야 선도기업이란 점이다. 기업이윤과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아직은 첨단기업들도 제대로 균형을 잡을 줄 모른는 것 같아 아쉽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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