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무덤·신용의 신음·SOS 기업'…대한민국의 절규

◆증권사 수익 半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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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거래대금 급감 직격탄을 맞아 증권사들의 올 상반기(4∼9월)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다. 특히 증권사 4곳 중 1곳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61개 증권사의 영업이익은 863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44.9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도 6797억원으로 45.25% 급감했다. 순이익이 73% 가까이 급감했던 1분기(4∼6월)에 비하면 나아졌지만 개선폭이 미미했다.

실적부진의 배경은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되면서 주식거래 대금 자체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증권사의 수익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 수익은 상반기 3조634억원으로 작년대비 26.8%나 줄었다. 특히 증권사들이 주식, 파생상품 등의 주문을 대행하면서 챙기는 수탁수수료는 지난해보다 35.9% 축소된 1조8879억원으로 전체 수수료보다 감소폭이 더 컸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111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유일하게 1000억원을 넘긴 삼성증권의 실적이 돋보였다. 작년 상반기 영업익 기준 5위였던 미래에셋증권은 918억원을 벌어 2위로 올라섰다. 이밖에 우리투자증권(773억원), 대우증권(720억원), 한국투자증권(589억원), 현대증권(550억원) 순으로 영업이익이 많았다.삼성증권은 거래가 줄어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자산관리 부문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온 만큼 상대적으로 수수료 수익 감소로 인한 피해가 적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 보유량이 많아 기준금리 인하로 수혜가 기대됐던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도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반면 자기자본이 1조원을 넘어 대형사로 꼽히는 대신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은 덩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라한 220억원, 55억원씩의 영업이익을 올리는데 그쳤다.또 재벌그룹을 모회사로 둔 한화투자증권(-97억원)과 SK증권(-54억원)도 나란히 영업적자를 기록, 체면을 구겼다.

61개 증권사 중 15개사는 영업적자를 시현했다. 4곳 중 1곳이 적자를 면치 못한 셈이다. 적자를 낸 15개사 중 국내 증권사는 10곳이고, 나머지 5곳은 외국계다. 벽산건설 등 건설사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유진투자증권이 760억원의 영업손실로 가장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 김중수 "투자하라, 그래야 산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실물경제의 주축인 기업들이 세계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날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조찬 간담회에서 "실물경기가 회복하기 위해선 기업의 투자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총재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며 세계경제가 불확실하다는 것만 확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투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그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글로벌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각국이 정부 차원에서 규제개혁에 나서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정부의 정책이나 금융시장의 움직임들보다 기업이 주역이 돼 경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 경제가 올해 4분기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인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창출에 나서달라는 당부로 읽힌다.

김 총재는 "글로벌 위기 속에서 지금까지는 시장의 작은 변화에도 실물경제가 큰 영향을 받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내렸는데도 오히려 세계 주식시장은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실물경제를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 김성채 금호석유화학 사장, 이순병 동부건설 부회장, 이장희 대우일렉서비스 사장,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 이종진 CJ오쇼핑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개인회생 신청 확 늘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던 김 모씨(43세)는 지난 2008년 회사를 그만두고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냈다.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은 2억원을 종자돈으로 장사를 시작했지만 대출금의 이자를 갚기에도 급급했다. 5년간 운영해오던 치킨집은 결국 올해 초 문을 닫았고, 김씨는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김씨처럼 '빚 갚을 능력이 없으니 구제해달라'는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들이 올해 15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대법원과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에 따르면 올해 10월말 현재 법원의 개인회생 신청자와 신복위의 신용회복지원제도 신청자는 모두 14만9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20%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개인회생을 신청한 이는 7만4686명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의 신청자수(6만5171명)를 넘어섰다. 개인회생은 일정한 급여가 있는 개인이 정상적으로 빚을 감당할 수 없을 경우 법원이 채무를 재조정해주는 제도다.

신복위의 신용회복지원제도(개인ㆍ프리워크아웃)를 이용한 사람은 10월 말 현재 7만4000여명 정도로 집계됐다. 개인워크아웃은 금융회사가 채무자의 채무를 조정해줘, 경제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프리워크아웃은 연체기간 90일 미만의 채무자에 대해 금융기관이 사전적으로 채무를 조정해주는 제도다.

빚탕감을 법원이나 신복위에 요청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가계부채의 심각성에 대한 방증이다. 특히 저소득자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주택을 보유한 중산층 과다채무자들까지 개인회생절차나 신용회복지원제도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자영업자 부채의 부실위험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부채규모는 지난 3월 기준 430조원이며 가계대출연체율은 1.1%다. 특히 연소득 3000만원 이상의 자영업자가 연체율이 높다. 부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ㆍ고소득층 자영업자가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의미다.

과다차입을 통해 주택을 구입한 차주들의 채무부담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과거 주택가격 급등기인 2005년에서 2007년에 취급된 대출이 부실화될 우려가 높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빚을 완전 면책해주는 개인파산은 법원이 갈수록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채무자들은 개인회생으로 더 많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임혜선 기자 lhsro@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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