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바꾼 'MB집사'…김백준, "수수료 대납 안 했다"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 사건 특별검사팀(이광범 특별검사)은 3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약 10시간 동안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

3일 오후 1시50분쯤 서울 서초동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출석한 김 전 기획관은 4일 자정이 조금 넘은 0시 25분쯤 집으로 돌아갔다. 김 전 기획관은 '이 대통령 아들 시형(34)씨가 부담해야 할 부동산 중개수수료 1100만원을 청와대 경호처가 대신 지불한 것을 인정하느냐'고 취재진이 묻자 "있는대로 충실하게 답변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조사 전에는 수수료를 줬다고 말했는데 대납했다는 뜻 아닌가'라고 묻자 "아니다. 이유는 나중에…"라고 짧게 말했다. 김 전 기획관은 취재진들의 다른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준비 중이던 차량을 타고 귀가했다.

앞서 김 전 기획관은 특검 조사를 받으러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에 취재진이 시형 씨의 수수료를 내줬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내줬지 그냥"이라고 답해 수수료 대납 사실을 시인했다. 하지만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는 자신이 했던 답변을 정면으로 뒤집어 이 전에 조사를 받았던 다른 관계자들과 내용을 맞추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남겼다.

김 전 기획관 보다 하루 앞서 조사 받은 김인종(67) 전 청와대 경호처장은 시형 씨의 부동산 중개수수료 대납 여부에 대해 "그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김 전 기획관은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전반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21일 수감 중인 김 전 행정관에 대한 구치소 방문조사에서 "김백준 총무기획관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 시형씨가 빌린 부지 매입자금을 집행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한편 특검 수사는 30일의 마감시한인 이번달 14일까지 약 열흘을 남겨뒀다. 다음 주초에는 영부인 김윤옥 여사에 대한 조사 여부와 조사방식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김 전 기획관 조사를 끝으로 이 사건에 관련된 주요 피의자 및 참고인에 대한 조사를 사실상 마쳤다. 남은 기간동안 특검팀은 조사 내용과 자료 분석 결과 등을 정리하며, 수사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에 따르면 수사기간은 30일로 특검팀의 요청에 따라 대통령이 승인하면 15일간 더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특검팀은 남은 기간동안 최대한 수사를 마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특검팀은 수사기간 연장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아 변수는 남아있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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