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의 공격' 통했다

무인점포 예금 7개월새 1조…소매금융기관 변신 성공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정책금융기관으로만 알려졌던 산업은행이 소매금융기관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지난해 9월말부터 시작한 무인점포 예금 ' KDB다이렉트'가 7개월만에 1조원의 예수금을 거둬들인 것.

김한철 산은 수석부행장은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KDB다이렉트 수신고가 지난 3일 1조원을 넘어섰다"며 "KDB다이렉트를 통해 예수금을 연내 2조원, 2015년까지 5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KDB다이렉트는 고객이 인터넷을 통해 신청하면 직원이 직접 찾아가 신원확인 등 통장개설을 도와주는 상품으로, 정책ㆍ기업금융 위주인 산은의 소매금융을 활성화시킨 일등공신이다. 수시입출금 예금상품으로서는 파격적인 3.5%의 금리를 제공하며, 최대 연 4.5%까지 제공하는 산은의 고금리 예적금과도 직결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산은은 지주회사(산은금융그룹) 체제 전환 이후 민영화 추진을 위해 소매금융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했으나, 지난 2010년 말까지 전체 예수금 중 개인예금의 비중은 10%에 불과했다. 나머지 90%는 모두 산은이 거래중인 기업으로부터 유치한 예금이었다.

하지만 KDB다이렉트를 시작한 지 3개월만인 2011년 말에는 그 비중이 20%로 껑충 뛰어올랐고, 이달 중에는 가계 비중이 25%로 껑충 뛰어올랐다. 산은 역사상 개인예금 비중이 25%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의 공격경영이 시장에 통한 셈이다. 강 회장은 네덜란드 금융회사인 ING의 다이렉트뱅킹을 벤치마킹해 KDB다이렉트 상품의 아이디어를 냈으며, 고졸직원을 적극 채용해 KDB다이렉트 전담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이는 앞으로 추진될 산은금융의 기업공개(IPO)에도 청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지주사의 핵심인 산은의 수신기반이 시중 은행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IPO의 걸림돌로 지적해 왔다. 하지만 이번 KDB다이렉트의 성공으로 수신기반의 확충이 이뤄져 투자자들에게도 매력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산은은 또 우수한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정부에서 2011년 경영자율권 확대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KDB다이렉트의 고금리가 역마진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산은은 작은 몸집 덕에 관리비용을 아낀 만큼 금리를 더 얹어주는 것 뿐이라는 설명이다. 관리비용을 제한 실질 수익성을 따지면 시중 은행과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것.

김 수석부행장은 "고금리 상품을 통해 시중은행과 경쟁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금융IT확산에 따른 금융상품 트렌드의 변화"라며 "비용절감에 따른 혜택을 금융소비자에게 돌려주고, KDB다이렉트로 거둬들인 수신고는 소기업, 영세사업자들에게 저금리로 대출해주겠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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