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싶은 책 ⑦]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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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교코/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민음사/ 9000원

'이 책은 희망과 재생의 이야기다. 새롭게 살아보려고 뭔가를 찾고 있는 사람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무라카미 류는 '교코'의 '작가 후기'에서 이렇게 전한다. '교코'에 나오는 그 어느 문장보다도 진실하다. 여기에 류의 진심이 담겨 있다는 것을 느끼려면 '교코'를 차분히 읽어봐야 한다.

책의 주인공인 일본인 교코는 8살이 되던 해 여름, 쿠바계 미국인 호세 페르난도 코르테스를 만난다. 교코는 호세에게 수 개월 동안 춤을 배운다. 차차차와 맘보, 그리고 룸바 콜롬비아 등을. 호세는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교코에게 자신의 주소와 함께 댄스 슈즈를 선물로 준다.

그렇게 12년이 흐르고, 21살이 된 교코는 무작정 호세를 찾아 나선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다. 교코는 호세를 '구원'이라고 표현한다. 함께 춤을 춘 것은 5달 뿐이지만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인지를 가르쳐줬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었어…난 줄곧 혼자라고, 혼자라고만 생각하면서 자랐어. 호세는 나를 구원해줬어.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것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는 그런 것을 가르쳐주었으니까. 그래서 만나고 싶은 거야'라는 대목이 교코의 심정을 잘 보여준다. 이야기는 교코가 뉴욕에 도착해 호세를 찾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교코가 호세를 만나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또 사라진다. 이민자와 망명자에서부터 에이즈 환자, 동성애자 등까지. 우여곡절 끝에 교코는 호세를 만난다.

그런데 그 만남이란 게 기쁜 만남이 아니라 슬픈 만남이다. 호세는 에이즈 환자고, 기억까지 잃은 상황이다. 호세는 당연히 교코를 알아보지 못한다.

교코는 호세가 가족들이 있는 마이애미로 가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듣고 긴 여행을 준비한다. 마이애미로 차를 타고 가면서 호세는 결국 기억을 되찾는다. 책은 마이애미에 도착하기 전에 죽음을 맞은 호세와 그 소식을 들은 가족들의 표정을 그리며 끝난다.

류의 말대로 이 소설에는 그의 작품답지 않게 마약도, 전쟁도 없다. 첫 작품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이래 그런 소재들을 줄곧 써왔지만 '교코'에서만큼은 필요치 않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봄이 오기 전에 교코를 다시 한 번 만나보고 싶다. 그녀의 따뜻한 미소도 보고 싶다. 아무래도 '교코'를 또 읽어봐야 할 것 같다. 기다려라, 교코.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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