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의 건강맛집] 프랑스 정통 베이커리 '아몬디에 Amandier' - 색깔난다구? 맛깔난다니까~

▲프랑스 정통 베이커리 '아몬디에 Amandier' 의 마카롱 사진

▲프랑스 정통 베이커리 '아몬디에 Amandier' 의 마카롱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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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는거 아냐?" 프랑스 대혁명을 촉발시킨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가 내뱉었다는 역사적인 한 마디다. 빵이 없어 굶주리는 파리 시민들의 원성에 대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천인공노할만한 화답으로, 오스트리아 여제후 마리아 테레지아의 딸이 얼마나 철없는 '은수저 소녀' 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일화다. 하지만 마리 앙투아네트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었다. 왕족과 왕당파들을 뿌리 뽑으려는 급진 혁명파들의 음해 공작의 일환이었던 것이다.(사실 이는 계몽주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가 혁명 훨씬 전에 쓴 '고백록'(1770)에 나오는 말이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결국 루이 16세의 뒤를 따라 1793년 10월 16일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역사 상 가장 억울한 누명을 쓰고 유명을 달리한 불운하기 짝없는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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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프랑스 대혁명에 관심을 가졌던 10대 후반 시절, 유럽 역사를 뒤바꾼 이 해프닝에서 뜬금없이 프랑스 빵과 과자의 위대함을 떠올렸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길고 다채로운 베이커리의 전통을 가진 나라. 이런 나라에서 '미개국' 오스트리아 여자가 빵과 케이크를 운운했으니, 콧대 높은 프랑스 사람들이 분노하기에 충분했던 것이 아닐까. 한국에서 프랑스 빵은 '바게트' 정도가 알려져 있지만, 프랑스는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빵, 페이스트리, 과자, 초콜릿 등을 보유한 유럽의 '빵집' 국가다. 음울한 날씨의 프랑스 북부 로렌과 노르망디부터 일년 내내 화창한 날씨의 남부 코트 다주르까지 크고 작은 빵집 어디에서건 지역ㆍ재료 별로 독특한 프랑스 빵과 디저트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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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인사동 끝자락 안국역 근처에 있는 '아몬디에 Amandier'는 서울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프랑스 정통 베이커리다. 2010년 7월 문을 연 아몬디에는 빵과 페이스트리ㆍ케이크와 커피와 음료를 낸다. 정통 프랑스 베이커리를 표방하는 만큼 아몬디에의 주방은 완전한 '리틀 프랑스 La Petite France'다. 아몬디에의 주방을 책임지는 사람은 프랑스인 카도레 아르노(Cadoret Arnaud·26)다. 지난 9월 아몬디에 12명 제빵사를 거느린 총괄 셰프로 부임한 카도레 아르노는 자신만의 노하우와 레서피로 프랑스 베이커리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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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디에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고급 과자 '마카롱(Macaron)'이다. '마카롱'은 아몬드나 코코넛, 밀가루, 달걀 흰자위, 설탕 등을 넣어 만든 거품 과자로, 바삭한 겉과는 달리 속은 부드럽고 매끄러운 것이 그 특징이다. 13세기 이탈리아 베니스에서는 작은 아몬드 과자를 '잘 된 반죽'이라는 뜻의 '마케로네 Macerone'로 불렀는데, 1533년 마카롱을 즐기던 메디치 가(家)의 카트린느가 프랑스의 앙리 2세와 결혼하면서 레서피가 프랑스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몬디에는 사과, 망고ㆍ샤프란, 딸기, 밀크초콜릿, 땅콩, 밤ㆍ산딸기, 소금 버터, 초콜릿 바나나, 유자, 피스타치오 등 15가지의 마카롱을 판매한다. 맛의 차이가 껍질이 아닌, 껍질 속 크림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특이했다.


릴라 Lila - 바닐라 가나슈, 카라멜 크레무

릴라 Lila - 바닐라 가나슈, 카라멜 크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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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아몬디에에서 열다섯 개 형형색색 마카롱에 더해 밀푀유(Mille-Feuille), 티라미수(Tiramisu), 릴라(Lila)와 루나(Louna), 뮈로아즈(Muroise) 등 다섯 가지 디저트를 시식했다. 모두가 알쏭달쏭한 이름이지만 일관된 한 가지는 존재한다. 시각과 미각ㆍ후각을 고루 만족시키는, 그 자체로 음식 공예 작품이라는 사실. 마카롱은 열다섯 가지 모두 바삭한 겉과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의 조합이 훌륭한 프랑스 미식가의 디저트 대표 주자였다. '밀푀유'는 타히티의 진한 바닐라 크림과 바삭한 카라멜 껍질 맛이 강렬했으며, 에스프레소ㆍ치즈 티라미수와 바닐라ㆍ카라멜 크림 릴라, 시큼한 산딸기 맛의 루나도 명불허전이었다.


과도하게 섭취한 당의 양에 취했는지도 모르겠다. 순간적으로 파리 9구 오페라 한복판으로 공간 이동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절대, 이는 과장된 말이 아니다.


뮈로아즈 Muroise - 초콜릿 무스, 로건베리 크레무

뮈로아즈 Muroise - 초콜릿 무스, 로건베리 크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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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Louna - 산딸기 꿀리, 패션 카라멜 무스

루나 Louna - 산딸기 꿀리, 패션 카라멜 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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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미수 Tiramisu

티라미수 Tirami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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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 카도레 아르노 '아몬디에' 책임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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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와 동일한 맛과 모양, 품질의 베이커리를 한국에 소개한다고 생각하면 힘이 나요. 즉각적으로 인터넷 공간에 제가 만드는 베이커리의 다양한 평가가 올라오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합니다."


지난 9월부터 안국역 근처 베이커리 '아몬디에 Amandier'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뜻밖에도 어린 외모의 벽안(碧眼) 프랑스인 카도레 아르노(Cadoret Arnaudㆍ26)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그의 빵 맛에 깊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철저히 오산이다. 올해로 파티셰 경력 10년 차인 카도레 아르노는 프랑스 최고의 제과제빵학교 '이엔베뻬(INBPㆍL'Institut National de la Boulangerie Patisserie)' 출신의 프랑스 정통파. 아몬디에에서 판매되는 빵과 케이크ㆍ초콜릿 등 모든 것이 그의 머리 속에서 나온다. 무려 32개 치즈를 생산하는 프랑스 유제품의 중심지인 노르망디 출신 카도레 아르노의 외할아버지는 제빵사였으며 친할머니도 프렌치 레스토랑의 오너였다. 어린 시절부터 요리와 요리사가 삶의 전부였던 카도레 아르노도 10대 초반 일찌감치 빵집을 그의 일터로 확정했다. 당연한 수순이다.


정통 프랑스 빵과 과자를 만들기 위해 카도레 아르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역시 재료다. 그 역시 최고의 재료에서 최고의 음식이 나온다는 진리의 신봉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스트 외에 다양한 박테리아와 선별된 효모를 배양한 자연발효종 '르방 Levain'을 사용해 풍부하고 독특한 향과 맛의 빵을 내며, 초콜릿도 생산자가 확실한 카카오 농장에서만 온다. 최상급 재료와 노하우에 손맛까지, 확실히 아몬디에는 좋은 빵집의 3박자를 두루 갖췄다.


알고 먹읍시다 // 프랑스 디저트 3총사를 소개합니다


‘베이커리의 나라’답게 프랑스에서는 어느 지역, 어느 베이커리에 가던지 형형색색 케이크와 초콜릿 등 호화찬란한 디저트를 만나볼 수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일반적인 한국 베이커리들과는 달리 프랑스는 차별되는 맛과 재료·제조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소규모 베이커리가 아직은 대세다.


프랑스의 디저트는 그 종류가 가히 천차만별이다. 브르타뉴의 버터 과자 ‘퀴느 아망(kouign amann)’이나 마리 앙투아네트가 들여왔다는 알사스의 모자 모양 과자 ‘쿠글로프(kougloff)’ 등 지역색이 유독 강한 것들도 있지만, ‘마카롱’과 함께 ‘밀푀유(Mille-Feuille)’와 ‘다쿠아즈(Dacquoise)’ 그리고 ‘에클레어(Eclair)’는 가장 일반적인 프랑스의 디저트 3총사로 통한다.


밀푀유

밀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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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겹의 잎사귀’라는 뜻의 밀푀유는 이스트와 발효종이 들어 있지 않은 달콤하고 바삭한 페이스트리다. ‘흥미진진한 스펙터클과 함께 진지한 주제들을 층층이 쌓아 올린다'는 뜻의 '밀푀유 이론'이 바로 이 페이스트리 이름에서 유래했다. 프랑스 남서부 아키텐주 특산물인 다쿠아즈는 차가운 상태로 먹는 디저트로, 프로방스 지역의 대표적인 머랭(Meringue,거품) 과자다. 아몬드 등 견과류의 풍미가 나며, 중앙에 부드러운 휘핑 크림과 버터 크림 등을 채워 몇 겹으로 쌓여 있다. 크림 대신 과일을 넣기도 한다.


또한 ‘에클레어’는 초콜릿 페이스트리다. 19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된 ‘에클레어’는 번개라는 뜻으로, 커스터드나 휘핑 크림, 얼음으로 속을 채운 장방형 밀가루 반죽을 구워 겉에 버터와 초콜릿을 발라내면 끝이다. 고난도의 밀푀유와 다쿠아즈와는 달리 에클레어는 오븐만 있으면 집에서 만들기도 무척 쉽다.






태상준 기자 birdcage@·사진_이준구(A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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