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100년 만이다. 이토 히로부미가 서울대 규장각에서 '훔쳐 간' 책이 돌아오는 게 말이다. 수백 권에 이르는 '이토 대출 도서' 가운데 일부가 18일 일본 총리 손에 들려 한국으로 돌아온다. 이토가 책을 빌린 게 1906~1909년의 일이니 꼬박 100년 만이다.
▶관련 기사: '이토 대출 도서', '무관심' 속 100년 만의 반납 일본 총리가 이날 들고 오는 책을 시작으로 이토가 훔쳐 간 책 66종 938책이 11~12월 중으로 모두 고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토 대출 도서' 반환은 형식은 '대여'지만 사실상 약탈해 간 것이나 다름없는 책이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점, '한일도서협정'으로 반환되는 책 1205책 가운데 938책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관련기사 본지 10월 17일자 26면
17일 문화재청(청장 김찬)과 문화재 제자리 찾기(사무총장 혜문 스님) 등에 따르면, 18일 방한하는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이토 대출 도서' 중 정조의 문집인 '홍재전서(弘齋全書)'를 들고 온다.
이 외에 노다 총리가 직접 가지고 오는 책으로는 대한제국의 탄생을 담은 '대례의궤(大禮儀軌)'와 '왕세자가례도감의궤(王世子嘉禮都監儀軌)' 등이 있다. 노다 총리는 입국 뒤 곧바로 청와대를 찾아 이들 책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발효된 '한일도서협정'으로 돌아오는 '이토 대출 도서'는 '이충무공전서(李忠武公全書)'와 조선시대 외교사 등을 담은 '통문관지(通文館志)', '을사정난기(乙巳定難記)' 등을 포함한 66종 938책이다.
원래 이토가 가져갔던 책은 모두 77종 1028책이었으나, 이 가운데 11종 90책은 1965년 한일협정 당시 돌려받았다. 나머지 책들은 이르면 11월, 늦어도 12월10일 전에는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토가 '한-일 관계 조사 자료'라는 이유를 들어 이 책들을 일본으로 빼돌린 건 그가 통감부에 부임한 1906년 3월부터 안중근에게 저격을 당한 1909년 10월 사이의 일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통감직을 관두고 일본으로 돌아갔던 1909년 7월로 추정된다는 게 2002년 '이등박문이 약탈해간 고도서 조사'를 발표한 이상찬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역사 속에 가려져 있던 '이토 대출 도서'는 지난해 일본이 '한일도서협정' 반환 도서 목록을 공개하면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토 대출 도서' 66종 938책 중 절반 이상은 '우암집(尤庵集)', '박씨순충록(朴氏殉忠錄)' 등 조선시대 학자, 문필가, 또는 충신 등에 관한 인물 기록이다. 여기엔 또 '국조보감(國朝寶鑑)', '국조통기(國朝通紀)', '정묘어제(正廟御製)' 등과 같은 국왕관련 기록도 포함돼 있다. 종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청야만집(靑野漫輯), '동각잡기(東閣雜記)' 등의 글 모음집도 '이토 대출 도서' 목록에서 눈에 띄는 책들이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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