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페이스]왕중난 광밍그룹 회장

M&A 통해 글로벌 식품기업 야망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광밍식품(光明食品)그룹의 왕중난(王宗南·사진) 회장이 기나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해외진출의 물꼬를 텄다. 광밍은 지난 29일 호주 시드니에서 챔프 사모펀드와 호주 식품기업 마나센(Manassen) 지분 75%를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왕 회장은 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광밍이 마나센의 지분 75%를 5억3000만호주달러(약 5억6400만달러)인수한데 이어 해외 식품기업 M&A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에 광밍의 해외 진출이 호주 식품기업 마나센에서 물꼬가 터지면서 왕 회장의 해외 진출 속도는 가속이 붙게 됐다. 광밍이 인수한 호주 마나센은 치즈 브랜드 래핑카우와 젤리빈 브랜드 젤리벨리를 주력 제품으로 판매하는 기업이다.왕 회장은 "우선 시급한 일은 마나센의 중국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일"이라며 "마나센이 중국 시장에서도 제 역할을 하게 되면 그 다음 초점을 맞출 일은 호주 식품기업들을 추가로 인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왕 회장의 꿈은 광밍을 여러 개의 국제적 브랜드를 가진 식품 그룹으로 키우는 일이다. 왕 회장은 "광밍은 다양한 국제적 브랜드를 확보해 중국 시장을 공략함과 동시에 중국 기업으로서 세계 각국에 진출해 늘어나고 있는 중국 제품에 대한 수요를 만족 시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왕 회장이 호주에서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유제품, 설탕, 와인 관련 사업이다. 왕 회장은 호주가 브라질, 인도와 함께 세계적인 설탕 생산지인 만큼 호주 설탕 제조기업에 높은 관심을 보여 왔다. 광밍이 호주 식품기업 CSR의 설탕 사업부 문을 두 차례나 두드린 이유다. 업계 전문가들은 설탕에 대한 중국인의 수요가 빠르게 늘 어 중국이 유럽에 이어 세계 2위 설탕 수입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1~2012년 중국의 설탕 수입 예상양은 50% 늘어난 300만t 수준이다.

왕 회장은 와인 사업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테이블 와인 시장이 최근 5년간 연간 20%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거대 소비 시장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광밍은 지난달부터 세계 2위 와인업체인 호주 트레저리와인에스테이트 인수를 검토했다. 트레저리는 호주 유명 와인 펜폴즈와 울프블라스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황 회장은 광밍의 해외 기업 M&A 실탄을 자회사 기업공개(IPO)와 채권 발행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1955년 상하이시에서 태어난 왕 회장은 상하이시에서 '마이더스의 손'으로 통한다. 왕 회장은 1995년 상하이시 공무원 생활을 접고 뒤늦게 기업 경영에 뛰어 들었다. 그가 할인마트 롄화차오시(聯華超市) 경영을 맡으면서 1년 만에 과거 5년 동안의 적자를 모두 메운 경험담은 상하이시 기업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왕 회장은 1999년 상하이를 기반으로 몸집을 키운 롄화차오시를 당시 매출액(73억위안) 기준 소매업계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왕 회장은 2006년에 광밍을 설립해 광밍유업 등 4개 상장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거대 식품 전문 그룹으로 키웠다. 광밍은 현재 중국 전역에 3300개 이상의 소매 유통 체인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너도 나도 '저우추취(走出去·해외진출)'를 외치며 해외 기업 인수·합병(M&A)과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는 동안 왕 회장은 번번이 도전해서 실패하는 시련도 겪었다.

최근 2년 동안 광밍은 해외 기업 M&A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추진하는 일 마다 번번이 실패했다. 3월에는 프랑스 요거트 제조사 요플레 지분 50%를 인수하려다 미국 제너럴 밀즈에 빼앗겼고 지난해 말에는 미국 비타민 회사 GNC 홀딩스와 영국 제과업체 유나이티드 비스킷을 인수하려다 실패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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