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론 시달리는 박근혜, '마이너스 vs 전화위복'

[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면서 유력 차기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주민투표 지원요구에 원칙론만 제시해왔다. 무상급식과 관련, "지자체마다 사정과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주민투표에는 "서울시민이 판단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선 불출마' 카드까지 꺼내며 지원을 호소했지만 끝내 러브콜을 거절했다. 주민투표 무산은 오 시장의 중도하차와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의 차기 행보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당장 보수진영이 대거 결집한 주민투표에서 불개입 원칙을 고수,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 실제 친이계를 중심으로 당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너무 수수방관했다"며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친박계가 이에 반발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화해 무드 속에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계파갈등이 재현될 소지도 없지 않다.

반면 박 전 대표의 이번 선택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표의 적극 개입으로 주민투표에서 이겼다면 주인공 오세훈을 위한 조연 역할에 머무르고 패배할 경우 정치적 타격은 상상 이상이다. 박 전 대표로서는 잘해야 본전인 게임이다. 또 본인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상황에서 오 시장 지원에 나서는 것이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와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중요한 대목은 결국 서울시장 보선이다. 10월이든 내년 4월이든 총선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다. 현 정치상황을 고려하면 야권의 승리가 점쳐진다. 10월 보선이 치러지면 구원투수 박근혜의 조기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대선행보의 시점을 내년 초로 설정하고 있는 박 전 대표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하지만 수도권 총선 승리가 차기 대권의 필수 요소라는 점에서 이번만큼 선거 지원요구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표의 적극 지원으로 서울시장 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한다면 "역시 박근혜"라는 우호적 여론이 형성되면서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은 보다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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