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인간이다 - 영화 '숨'장애인 '수희'역의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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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행복을 꿈꾸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꼭 알려주고 싶었어요." 오는 9월 1일 개봉되는 영화 '숨'의 주인공 수희 역을 맡은 박지원(30) 씨의 말이다. 한일장신대학교 인문사회과학부에 재학 중인 박 씨는 뇌병변 1급 장애인으로, 장애인 연기 지도 선생님으로 '숨'의 함경록 감독과 만나 주인공 제안을 받고 출연을 감행했다.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에서 문소리가 장애인 캐릭터로 등장했던 적은 있지만,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 영화에서 장애인이 장애인 역으로 분한 것은 '숨'이 처음이다.

'숨'은 바깥 세상과는 단절된 장애인 복지시설을 배경으로 장애인 여성 수희의 현실과 그가 꿈꾸는 평범한 삶을 담아낸다. 하지만 세상은 녹녹하지 않다. 행복에 다가가기 위해 수희는 끊임없이 부딪히고 주변의 시선과 편견을 이겨내야 한다. ‘숨’의 함경록 감독은 2009년 전북 김제시의 복지시설에서 발생한 장애인 성폭력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나리오를 썼는데, 극 중 박 씨의 섬세하고 리얼한 연기는 수희 그 자체다. 그는 시나리오를 받았던 순간부터 촬영을 모두 마칠 때까지 머리 속에 수희 생각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여타 배우들이 연기하는 인물에 쉽게 빠져드는 반면, 연기 경험이 전무했던 그는 시나리오를 계속 읽으면서 수희를 체화하는 작업을 계속 해야만 했다.

"놀라웠어요. 몸은 내 몸인데 정신은 제 것이 아니더라고요.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사람처럼 몸을 움직이고 있었어요." 완성된 영화에 스스로도 놀라움을 표하는 박 씨는 ‘숨’을 본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그들과 같은 감성을 가진 ‘사람’으로 여겼으면 좋겠다며 웃는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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