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위간부들 "옷 벗겠다"

검·경 수사권 다툼놓고..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다툼이 결국 김준규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사장들의 잇단 사의표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김 총장은 이날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검찰총장회의가 폐막한 뒤인 다음달 4일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이 수사권 문제에 대한 책임을 느껴 이미 물러날 뜻은 굳혔지만, 자신의 이른 퇴진이 자칫 세계검찰총장회의의 성공 개최에 방해가 될까 우려해 거취표명 시기를 늦췄다는 게 검찰 안팎의 목소리다. 김 총장의 임기는 오는 8월까지다.

다른 검사장들의 줄사퇴도 예고됐다. 김홍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신종대 대검 공안부장, 조영곤 대검 강력부장, 정병두 대검 공판송무부장 등 검사장 4명이 김 총장 거취발표 시기를 전후로 옷을 벗겠다는 뜻을 밝혔고, 역시 검사장인 홍만표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아예 대검 내부전산망에서 "물러날 때가 된 것 같다. 건강이 안 좋다"는 말로 사의를 내비쳤다.

현재 박용석 대검 차장이 이들의 사퇴를 보류시키며 사태를 수습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김 총장은 29일 세계검찰총장회의 환영 리셉션에 참석한 뒤 검찰 고위 간부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국회 법사위의 절충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이같은 대응을 두고 국회와 학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법사위에서 만장일치로 의결된 사안이고, 이견이 없었다"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 보다 공정한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봤다. 경찰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행정안전부와 검찰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법무부가 모두 관여하는 국무회의를 거쳐 마련될 대통령령이 보다 "중심을 잡고 넓게 판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하태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사위가 할 수 있는 것은 체계 및 자구심사까지"라고 전하며, 당초 법무부령으로 합의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안을 대통령령으로 절충한 법사위안은 "자구수정을 넘어선 내용변경으로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충분한 논의를 거쳐 마련된 합의안이 변경된 것은 약속을 깬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또 검찰의 집단사의 표명 등 일련 대응을 놓고 "정작 수사권의 독립이 훼손되었을 땐 침묵하다가 이런 경우에만 반발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저해하는 행위"라며 유감을 전했다.

국회는 30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검ㆍ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경찰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 범위를 '모든수사'로 유지하되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은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개정안대로라면 검찰은 경찰의 동의를 거쳐야만 관할할 수 있는 수사의 범위 및 경찰 직무규칙 등을 정할 수 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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