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리콴유 고문장관 “강한 미국을 원한다”

자료출처 : 월스트리트저널(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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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의원 기자] 아시아의 도시 국가 싱가포르를 용으로 키워낸 싱가포르 리콴유(87) 고문장관이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세계는 강한 미국을 원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인터뷰를 좀처럼 하지 않는 리콴유 고문장관은 편한 복장으로 인터뷰에 나섰지만 정중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리콴유 고문장관은 “세계는 미국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발전했다”면서 “안정성이 흔들린다면 세계는 다른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정성을 흔드는 도전은 중국에서 시작됐다”고 밝혔지만 미국과 중국이 심각한 충돌을 빚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의 시장과 투자, 기술을 원하고 있는 가운데 판을 깨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양국간 첨예한 경쟁은 있어도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싱가포르에서 국부로 추앙받는 리콴유 장관의 견해는 널리 받아들여진다. 리콴유는 1959년부터 1990년까지 싱가포르 총리로 장기집권을 하면서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 당시 불모지였던 싱가포르를 세계적인 물류 및 금융 허브로 키워냈다. 청렴과 정책의 효율성을 강조한 리콴유도 인권단체와 민간 기구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주도의 상명하달(Top-down)식의 빠른 정책 집행이 언론과 반대파의 여론을 묵살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미국 인권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싱가포르를 이라크와 리베리아 보다 아래인 세계 언론자유 국가 151위로 매겼다.

그러나 리 고문장관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싱가포르는 선진 경제국가로 발돋움했고 서구 민주주의가 모든 나라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때로는 국가를 건설하는데 언론의 자유는 부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대해 장기적으로 글로벌 리더의 자리를 놓치지 않겠지만 “예산삭감, 부채, 고실업률 등의 문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재당선을 위해 이러한 문제들을 질질 끄는 경향이 있지만 공화당과 씨름해 이겨낸다면 재당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미국과 중국의 충돌 가능성을 낮게 봤던 그는 “서구세력은 왜 중국을 두려워하는가”하고 반문하면서 “중국과 인도가 눈부신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은 모든 사회를 포괄할 수 있고 영어로 외국의 인재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국가가 겪는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미국 달러화 약세가 인플레이션을 더욱 가속화시킬것이라면서 자국 통화 가치 상승이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인플레이션 현상은 싱가포르 단독으로 제어할 수 없고 통화가치를 올려 수입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화를 과도하게 절상시키면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미국은 달러화를 계속해서 찍어내겠지만 결국 달러화 약세를 가져오고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위안화에 대해서는 중국이 위안화를 달러화 대체 통화로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국제사회에서 통용 비율이 낮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은 본토를 벗어나 위안화 사용을 늘리기 위해 홍콩을 위안화 허브로 만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 본토 밖에서 위안화를 거래하는 글로벌 센터는 홍콩이 1순위”라면서 “싱가포르가 그 다음을 이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싱가포르가 위안화를 사용하는 허브가 된다면 중국 위안화 사용이 일반화되는 중요한 단계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리 장관은 위안화가 시장에 완전히 통용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의원 기자 2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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