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백>│때로는 묻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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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에 걸린 남편과 떨어져 딸 하나를 키우던 중학교 여교사 유코(마츠 다카코)는 어느 날 학교 풀장에서 죽어있는 딸을 발견한다. 14세 미만의 아이들은 형사처벌 할 수 없다는 청소년법에 의해 범인들은 보호되고 교사직을 그만둔 유코는 딸을 죽인 아이들을 향해 사적복수를 결심한다.

“내 딸을 죽인 범인이 이 교실 안에 있어요. 나는 오늘 그 두 학생의 우유에 에이즈에 감염된 피를 넣었어요.” 토해도 늦었다. 쓰러져도 되돌릴 수 없다. 우유는 정확히 범인 A와 B에게 전달되었다. 유코의 딸이 살아 돌아올 수 없는 것처럼 이 소년들의 순수의 시대도 끝났다. 제 아무리 희고 깨끗한 우유라고 하지만 터져서 바닥에 쏟아지는 순간 비린내를 풍길 것이다. 그리고 급속도로 썩어갈 것이다.<#10_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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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나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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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다들 미쳐가요.” <고백> 역시 미친 영화다. 일본 박스오피스를 한 달간 장악하고 제 34회 일본 아카데미상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을 휩쓸고 뒤늦게 한국에 상륙한 <고백>은 풍문대로 ‘세다’. 후반부로 가서는 약간의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출발과 동시에 액셀에서 발을 때지 않는다. 동정 없는 세상에 던져진 인간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각자의 방식으로 처절하게 싸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의외로 조용하다. 영화 <불량공주 모모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등 기괴한 코스튬 속에 지지리도 처절한 여자들의 삶을 시끌벅적하게 보여준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는 <고백>에서 오히려 담담한 외양을 하고 106분간의 고백을 쏟아놓는다. 영화 <4월 이야기>의 사랑스러운 웃음기를 지운 마츠 다카코 역시 살의조차 찾아 볼 수 없을 때 가장 섬뜩하게 느껴진다. 신인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직설적인 언어는 영화에서 독특한 리듬감을 얻었다. 가장 끔찍한 순간을 가장 탐미적인 영상으로 찍어 내려간 감독의 연출은 잔인한 악취미로 경멸할 수 있을지언정, 그 절대미에 대해 토를 달긴 힘들 정도다.

장난으로 혹은 호기심으로 저지른 살인을 어리다는 이유로 용서받을 수 있는가. 범인을 확신하는 상태라면 법과 상관없는 사적 복수가 허용 될 수 있는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어머니라는 또 다른 정체성을 내려놓아야 하는가. 내 생명은 무거워도 다른 이의 생명은 가벼운가. 아이들이란 과연 순수한가. 각자 다른 고백이 동시에 쏟아질 때 과연 우리는 누구에게 귀를 기울일 것인가. <고백>은 대답의 영화가 아니라 질문의 영화다.<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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