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경매 VS. 좋은 경매

[추석 경매①] 누가 살고 있는지만 제대로 알아도 수익률↑↑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낙찰 받는다고 경매에 성공하는 게 아니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는다면 낙찰 받은 경매 물건은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고 신주단지가 될 수도 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지 않은 자에게는 실패만이 남는다는 뜻이다. 법원경매정보포털인 지지옥션과 좋은 경매와 나쁜 경매에 대해 알아봤다.

◇좋은 경매: '관심, 발품, 정보' 열쇠를 찾아라= 김정환씨는 7년간의 직장생활을 통해 1억에 조금 못 미치는 돈을 모았다. 대출을 끼지 않는 이상 아파트까지 살 수 없는 돈이었다. 대신 서울에 위치한 다세대주택은 가능했다. 그의 눈에 띈 물건은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48㎡ 규모 다세대였다. 감정가는 9000만원, 시세는 1억3000만원 가량 되는 물건이었다. 한 차례 유찰돼 최저가격은 7200만원이면 경매가 가능했다.

군침이 도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권리관계가 복잡했다. 먼저 대항력 있는 선순위 세입자가 있었다. 만약 날찰 받는다면 보증금을 낙찰자가 내줘야 했다.

그는 정확히 알아보기로 했다. 이 물건의 경우 2004년7월11일 임차인이 살기 시작했다. 이후 2009년7월16일 SK생명보험으로부터 저당을 잡혔다. 임차인 전입시기가 최초 저당일 즉 말소기준권리보다 빨라 대항력이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선순위임차인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선순위 임차인이 있다면 금융회사에서 집이 넘어갈 정도의 대출금을 내줄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금융회사, 공인중개소 등을 다니며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임차인의 비밀에 대해 알아냈다. 당초 이 집의 주인은 임차인의 장인, 장모였다.

이에 두 사람이 SK생명보험에 돈을 빌릴 당시, 무상거주확인서를 제출해 대출금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집주인이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면서 전세가 없다고 신고한 셈이고, 임차인이 내건 선순위 전세권은 낙찰자가 인수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김씨는 8600만원을 입찰가로 적어내, 당당하게 낙찰받았다. 시세보다도 5000만원이나 싸게 건진 셈이다. 이어 그는 8000만원에 전세로 집을 내놨다. 경기 침체로 집이 안팔리면서 전세는 내놓자 마자, 빠졌다.

투자자금을 거의다 회수한 김씨는 지금, 다른 물건을 물색 중이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현재 마포구 성산동과 망원동 일대는 매수문의가 많고 물량은 귀해 계속 시세가 오르고 있어 향후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곳"이라며 "단순히 선순위 세입자가 있어 해당 물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수익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쁜 경매: "대충대충" 실패로 가는 길= 서울시 금호동에 거주하는 이주현씨는 내 집 마련을 위해 경매로 나온 구리시 인창동 주공아파트 16평형에 응찰했다.

두 번 유찰된 물건에 그가 써낸 입찰가는 8300만원. 이 가격은 곧 낙찰가로 정해졌다. 시세가 1억1000만원 가량이니, 2000만원 이상 싸게 매입한 셈이었다.

기쁜 마음에 잔금을 치룬 이씨는 아파트로 향했다. 살고 있는 사람에게 낙찰 결과를 알리고 집을 비워달라고 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씨는 그 곳에서 뜻밖의 얘기를 접했다.

이씨가 낙찰 받은 아파트에는 전소유자의 사위가 살고 있었다. 그는 장인에게 5000만원을 주고 세 들었다며 정식 계약서까지 내보였다. 전입일자도 은행의 최초근저당 보다 훨씬 빠른 상태였다.

이씨는 "장인과 사위 사이에 무슨 임대차관계가 성립하느냐"고 따졌으나 임차인의 계약서가 맘에 걸렸다.

그는 그 길로, 평소 친분이 있던 변호사 사무실로 향했다. 하지만 원하는 답은 얻지 못했다. 경매 부동산의 임차인이 소유자 친인척이라 하더라도 별도의 가구를 구성하고 있으면서, 전세금 명목으로 실제로 돈을 주고 받았다면 그 임차인은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이씨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미리 알아봤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2000만원 싸게 집을 구하려다, 3000만원의 웃돈을 더 주고 내 집을 마련했다.

하 연구원은 "가장 많은 경매 실패 사례 중 하나가, 세입자 관련 문제"라며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특별법인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경매에서도 우월적 지위를 갖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주거용 부동산에 응찰을 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동사무소의 '전입세대 열람조사'을 통해 대항력 있는 임차인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며 "세입자가 소유자의 가족이나 친인척이더라도 대항력 있는 임차인으로 인정될 수 있어, 입찰 전에 대항력 유무와 실제 유상임대차 여부를 철저히 가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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