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車 할부금융 '쉽지 않네...'

[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너무 성급했던 것일까. 올 초 저금리를 앞세워 자동차대출 시장에 진출한 시중은행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지난 4월12일 출시한 자동차 할부금융 상품인 '직장인 오토론'은 출시 두 달도 채 못돼 판매가 중지됐다. 대신 지난 1일부터 한층 업그레이드 된 새로운 자동차대출 상품인 '오토론 와이드'를 선보이고 있지만 영업 일주일이 다 되어 가도록 개시조차 하지 못했다.

오토론 와이드는 기존의 직장인 대상으로 한정돼 있던 고객 대상을 거래가 있는 개인사업자로 확대했고 대출 한도도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6% 중반이 적용되던 금리도 코픽스(COFIX · 자금조달비용지수) 대출 금리를 적용시켜 4% 중반까지 대폭 낮췄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 상품 실적이 예상에 크게 못미쳐 판매와 동시에 신상품을 개발해 왔다"며 "자동차 구입시 구입대금의 1.5%를 캐쉬백으로 돌려주는 제휴카드 서비스를 추가하는 등 서비스를 대폭 개선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부터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자동차 할부금융 상품 '마이카대출'을 판매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3174건·499억(7일 기준)의 실적을 올렸다. 4월30일 '우리V 오토론'을 내놓은 우리은행은 216건·36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13조 원, 매달 1조 원 이상의 캐피탈 시장규모를 감안하면 한없이 초라한 성적표다.

시중은행들은 올 초 캐피탈사들에 비해 1~2% 가량 낮은 금리와 취급수수료 제로, 무이자 할부 등을 내세워 자동차할부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그러나 거대한 자동차 할부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캐피탈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은행이 자동차 할부시장에서 성과를 못 내는 이유는 여러가지로 분석된다. 대형 캐피털사들이 자동차 대리점에 직원을 상주시키며 고객이 신차 구입 상담을 할 때문에 할부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은행의 자동차대출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직접 대리점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 각 캐피털사들이 더 좋은 할부조건을 제시하며 은행들의 저금리 상품에 반격에 나서면서 은행상품에 대한 메리트도 줄어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단기간에 실적을 올리려는 것 보다 생소한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꿔나가는 단계"라며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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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기자 hjlee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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