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① "칸 수상이 정점? 그 이상을 보여주고 싶다"(인터뷰)


[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영화 '밀양'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전도연은 '칸의 여왕'으로 불렸다.

칸영화제가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 될 순 없지만,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영화제에서 역대 여우주연상 수상자 중 아시아 배우가 전도연과 장만옥 단 두 명이라는 사실은 기억할 만하다. 영화제 경쟁부문을 독차지하는 유럽과 북미 지역 여배우들 중에서도 칸에서 두 차례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챙긴 배우는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바바라 허시, 헬렌 미렌, 이자벨 위페르 등 총 네 명뿐이다.

전도연이 임상수 감독의 영화 '하녀'로 또 다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에 호들갑을 떨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두 번째 칸영화제 초청, 영광스럽기에 더 차분해져요"'하녀'의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소식 직후인 19일 오후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난 전도연은 무척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는 "칸영화제에 초청되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지 잘 알기에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고 가라앉았다"고 뜻밖의 소감을 전했다.

전도연은 2007년 당시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것을 회상하며 "처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영화제에 대한 정보나 위상을 잘 몰랐는데 상을 받고 나서야 얼마나 큰 상인지 알게 됐다"면서 "이젠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출품된 것만으로도 얼마나 영광스러운지 알기 때문에 경쟁부문 초청 소식에 들뜨기보다 침착해졌다"고 설명했다.

영화 '하녀'는 상류층 가정의 하녀로 들어간 한 여자 은이(전도연 분)가 주인 남자(이정재 분)와 육체적 관계를 맺으면서 벌어지는 파격적인 스토리를 그린 에로틱 서스펜스로 전도연과 이정재 외에 서우, 윤여정 등이 출연했다.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하녀'는 전도연이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또 다시 칸영화제 수상의 기대를 모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기대한다는 말에 전도연은 "그러면 앞으로 연기 못한다"고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덧붙여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다"라는 말에 방점을 찍는 한편, 미리 준비한 수상소감이 있느냐는 우문에는 그저 웃음으로 대신했다.

◆ "영화 '하녀' 선택한 이유는 임상수 감독 때문"

전도연은 세 편의 영화로 칸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다. 첫 번째로는 2000년 정지우 감독의 '해피엔드'로 비공식 섹션인 비평가주간에 초청됐고, 두 번째는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경쟁부문에 진출해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하녀'는 전도연과 칸영화제의 세 번째 만남이다.

그는 "'하녀'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임상수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는 사실이었다"며 "원작 영화를 보긴 했지만 참고하려 본 건 아니고 그냥 별개의 작품이라 생각하고 봤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원작과 별개의 영화라고 보면 된다"고 소개했다.

영화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시점에서 전도연이 '하녀'로 또 다시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전도연은 이번에도 형언할 수 없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안주하는 연기는 절대 하고 싶지 않다"는 단호함이 더욱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바로 '하녀'다.

"처음에는 은이의 절대적인 순수함을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얘는 왜 이렇게 행동할까 생각하면서 타당성이 이해가 돼야 연기를 하는데 욕망이나 본능에 충실해 순간 순간 다르게 보이는 모습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죠. 연기하면서 내가 은이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연기했습니다."

노출 연기에 대해서는 "시각적으로 파격적이진 않을 것"이라면서 "베드신이 긴장감의 시작이고 사건의 발달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전도연은 또 "이번 '하녀'는 원작과 분명하게 다른 작품이고 임상수 감독의 즉흑성과 독특한 개성을 장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하녀'는 칸영화제가 개막한 다음날인 5월 13일 국내 개봉한다. '개봉박두'라는 단어가 유난히 전도연과 잘 어울리는 시점이다.



고경석 기자 kave@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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