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조종사 민항기 이직 급증세

군 남은 조종사 피로도 누적··· 전투기사고 이어질 가능성 커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지난 2008년 민항사로 이직한 공군 소령급 조종사 전역인원이 142명으로 최고로 나타났다. 2004년 40명, 2005년 81명, 2006년 100명, 2007년 137명, 2008년 134명 등 최근 5년간 총 492명의 공군 조종사가 민항사에 취업했다.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3일 "군에 남은 숙련 조종사들의 피로도가 커지면서 전투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군에서 다양한 혜택을 부과하고는 있지만 민항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군에서는 조종사의 유출을 막기 위해 의무복무기간 연장, 진급보장, 특수근무수당 인상 등 다양한 혜택을 부과하고 있지만 현직 조종사들의 생각은 틀리다.

조종사들은 다른 병과에 비해 진급률이 낮아 복지 수준이 나은 민항사로의 이직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조종사들의 민항사 이직뿐만 아니라 제대 후 이직을 생각해 헬기조종까지 거부하고 있다.

2003년 예편해 민항사에 이직한 한 조종사는 “조종사들이 민항기로 이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진급에 대한 압박과 연봉에 대한 문제"라면서 “양질의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해 국방부에서는 노력하고 있다지만 아직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장군까지 진급해도 연봉 1억을 바라보기 힘들지만 민항기에 오는 순간 억대연봉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군 출신 민항기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군 출신 조종사의 이직을 막으려면 연금지급, 민항기 할인혜택, 항공수당 등 복리혜택이 더 많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조종사들이 헬기와 전투기조종사의 수당 차이와 장래 이직을 생각해 헬기조종을 거부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종사 1인을 양성하는데 드는 비용이 최대 123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혈세로 군에서 전문 인력을 양성해 민항기에 제공하는 셈이다. 실제로 올해 4월 기준 민항기 현업조종사 출신을 보면 군(44%), 자체양성(29%), 외국인(13%), 항공대(6%), 기관사출신(1%)다.

공군 조종사는 의무복무기간 공군사관학교출신 15년, 비사관학교 출신 10년을 마치면 어디든 자리를 옮길 수 있다. 만약 공군 조종사들이 의무복무기간 만료 후 군에 남을 경우 연금수령이나 대령진급까지 7년을 기다려야한다.

하지만 그 기간까지 기다리다보면 민항기에 입사할 수 있는 나이가 넘어 이직을 하지 못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임관 18년차(40세), 아시아나는 임관 20년차(42세)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의무복무기간을 마치고 곧장 민항사로 이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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