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변호사에 소송 위임시 고객 선택권 강화

[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A씨는 변호사 B에게 보상금 청구소송을 의뢰했다. B는 A와 아무런 상의 없이 청구금액을 변경하는 소의 일부를 취하해 결국 소송에서 이겼다. 하지만 A는 소송결과에 만족 못하고 항소할 의사를 밝히자 B측은 전부승소 했으므로 항소할 수 없다며 A를 상대로 성공보수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A씨는 B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A가 B에게 소송위임장에서 이미 소의 취하권한을 부여했다고 판단, A의 청구를 배척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민사소송 관련 소송위임장에 민사소송법상 특별수권사항을 미리 포괄 위임하는 부당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소송위임장을 대폭 개선한다고 밝혔다.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소송위임장은 특별수권사항들을 소송대리인인 변호사에게 미리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소송의뢰인에게 소송패소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소송위임을 받은 변호사는 소송수행에 필요한 일체의 소송행위를 할 수 있지만 본인에게 중대한 결과를 미치는 반소의 제기, 소의 취하, 청구의 포기·인낙, 소송탈퇴, 상소의 제기 또는 취하, 대리인의 선임 등 특별수권사항은 본인으로부터 개별적으로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는 게 공정위측 설명이다.

특별수권사항을 포괄 위임한 현행 소송위임장은 법상 인정된 고객의 정당한 선택권을 상당한 이유 없이 제한하므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으로서 약관법상 무효에 해당한다는 것. 개선된 소송위임장은 고객이 각각의 특별수권사항에 대한 대리권 부여 여부를 선택(○, ×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상소나 반소의 제기, 화해, 복대리인 선임 등 특별수권사항 중 고객의 이익에 합치되거나 분쟁해결 촉진 등을 위해 필요한 권한들에 대해서는 현행과 동일하게 미리 변호사에게 부여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번 개선조치를 통해 소송위임 분야에서 분쟁발생이 줄어들고 법률소비자의 권익이 증대되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변호사와 소송의뢰인 간의 신뢰관계를 제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개선사항이 실제 법률시장에서 두루 사용될 수 있도록 대한변호사협회와 법원행정처에 공문을 보내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공투자 파트너] - 아시아경제 증권방송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