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멜로 연기, 아직도 서투르고 어렵다"(인터뷰)


[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배우 안성기는 올해로 연기 경력 53년째인 충무로의 전설이다. 1957년 아역배우로 시작한 그의 연기 인생은 2010년 개봉하는 멜로영화 '페어 러브'까지 이어진다.

안성기는 말 그대로 충무로의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다. 현재진행형이자 미래지향적인 역사인 것이다. 50대 후반의 안성기와 20대 후반의 이하나, 30대 중반의 신인감독이 만들어낸 '페어 러브'는 한국영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모범사례다. 영화 '페어 러브' 개봉에 맞춰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난 안성기는 "'페어 러브'는 3년 전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던 작품"이라며 영화에 대한 애착을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여고괴담' 시리즈를 제작한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가 처음 소개해줬어요. 이 대표가 당시 회사 여건상 제작할 수 없어 내가 다리를 놔주겠다는 심정으로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측과 연락을 취했죠. CJ 측이 제작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배급만 맡기로 했어요."

멜로 영화는 아직도 어색하다고 말하는 안성기는 '페어 러브'의 시나리오가 처음부터 아주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보면서 많이 웃었다"며 "목사 친구와의 대화, 조카가 늘어놓는 여자친구 이야기, 26세 차이가 나는데 '오빠'라고 부르는 것 등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았다"고 시나리오에 대한 첫 인상을 설명했다. '페어 러브'는 50세가 넘도록 연애 한 번 못해본 카메라 수리공이 자신에게 사기만 치다 숨을 거둔 친구의 부탁으로 그의 딸을 돌보다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그린 로맨스 영화다. 사랑에 서투른 중년 남자 형만(안성기 분)과 상처받은 영혼을 지닌 20대 여자 남은(이하나 분)의 사랑이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현실에선 30년 가까이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안성기지만 영화에선 쉰 살이 넘도록 혼자인 형만과 잘 어울린다. 이에 대해 그는 "멜로 영화를 많이 안 찍어봐서 그런 것 같다"며 "멜로 영화에서 멋있고 매력적인 남자를 연기하는 것은 아직도 어색하고 서투르다"고 설명했다. "멜로 연기 자체가 서툴러서 형만과 잘 어울렸던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페어 러브'는 안성기라는 배우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제작되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소년의 천진난만함과 청년의 열정, 중년의 여유를 골고루 지닌 배우, 50대에도 여전히 날렵한 몸매에 흐트러짐 없는 턱선을 지닌 배우, 대중의 호감을 끌어낼 수 있는 배우는 단연코 안성기 외에 없다.

'페어 러브'에서 이하나는 안성기에게 "섹시하다"고 표현한다. 이는 극중 형만은 물론 안성기라는 배우에게도 유효한 표현이다. 수많은 배우들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충무로에서 연기 생활을 50년 이상 이어올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비결이 있다면 아마도 꾸준한 자기관리일 것"이라며 "이틀에 한 번 꼴로 운동을 하는데 그것 외엔 특별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서른 살 차이 나는 젊은 여배우와 멜로 영화를 찍는 것에 대해 가족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는 환하게 웃으며 "좋아 했다"고 답하는 한편 "내가 하는 선택에 대해서는 믿고 좋아해 준다"고 말했다. 언제나 옳은 선택을 할 수는 없지만, '페어 러브'에 출연하기로 한 그의 선택이 탁월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페어 러브'는 14일 개봉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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