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차려ㆍ질책 시달리다 자살…"국가가 배상해야"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질병 때문에 훈련에 어려움을 겪던 병사가 체력 단련 명목으로 상관이 내린 얼차려와 선임병들의 괴롭힘을 못이겨 자살했다면 국가가 유족에 대한 일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최종한 부장판사)는 군 복무 중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유족에 7000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고 13일 밝혔다.재판부는 "사회와 달리 엄격한 규율과 집단생활이 중시되는 군대에서는 통제성과 폐쇄성 때문에 질책ㆍ폭언 등으로 인한 피해가 매우 클 수 있다"면서 "A씨는 과호흡증후군ㆍ행군낙오에 따른 얼차려ㆍ선임병들의 질책 등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이 직접적 원인이 돼 자살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에게도 심리적 부담을 자제하지 못한 채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한 잘못이 있다"며 국가 책임을 25%로 제한했다.

2007년 12월 군에 입대해 통신병으로 근무하던 A씨는 평소 앓아오던 과호흡증후군 때문에 행군에서 낙오하는 등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부대 상관들은 A씨가 훈련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체력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판단, 그에게 '군장 매고 영내 오르막 경사 오르내리기', '덤밸 어깨에 매고 앉아 일어서기' 등 얼차려를 내리는 한편, 부대 학습평가에 불합격 했다는 이유로 외박을 통제하기도 했다. 선임병들은 A씨에게 폭언과 질책을 일삼았다.

이같은 생활이 이어지던 지난 해 11월, A씨는 결국 대대 소속 의무대 내 화장실에서 야전상의 조임끈으로 목을 매 자살했고,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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