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나가는 로열티..명품R&D관리로 붙잡을터"

[아시아초대석]서영주 KEIT 원장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 정부R&D 프로그램 최초 ISO인증 추진
삼성 바이오시밀러 등 스마트프로젝트 평가관리 철저할것
올 예산 2조 육박... 1조원을 신산업 육성에 쏟아부어
내년도 기술개발지원 위한 수요조사 한창,,명품 R&D기획 프로세스확립


많은 국가 R&D지원기관 가운데 요즘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관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이다. KEIT는 '삼성전자 바이오시밀러시장 진출','삼성-현대차 손잡고 지능형 차량반도체 개발'등 산업계와 주식시장을 달아오르게 한 지식경제부의 신성장동력 스마트프로젝트의 과제선정과 정부지원금 집행,평가관리를 맡은 연구기관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연간 8조7000억원에 이르는 지역발전사업에 대한 평가기관으로 선정돼 지자체들의 이목이 집중된 곳이기도 하다.지식경제부 산하의 한국산업기술재단, 한국기술거래소, 한국부품소재산업진흥원, 한국산업기술평가원과 정보통신부 산하의 정보통신진흥원 등 5개 기관이 합쳐 탄생한 KEIT는 산업원천기술, 부품소재, 중소기업기술 등에 한해 2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집행하고, 이 중 절반 이상을 신산업 육성에 쏟고 있다.

서영주 KEIT 원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11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것은 산업기술 R&D 덕분이 크다"면서 "2~3년 후 세계 산업, 경제 판도의 변화에 대응하고 기술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 R&D사업의 양적 질적 수준을 높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EIT가 출범한지 4개월이 지났는데 소감은
▲정부의 지속적인 R&D 투자 덕분에 우리나라 산업기술은 외형은 크게 성장했다. 또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도 많이 극복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첨단제품을 만들고도 원천기술이 부족해 많은 기술료를 외국에 지급하는 게 현실이다. 출범이후 조직의 융합과 산업기술 R&D 전반에 걸친 프로세스를 재정립하고, 통합 이전 기관들의 노하우와 장점들을 응집해 국가 R&D 사업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현재 풍부해진 DB를 바탕으로 다양한 경험들이 교류되고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열성이 대단하다. 조직문화가 잘 정착되고 산업기술 R&D 전문성이 더욱 강화된다면 우리나라가 '기술강국'으로 도약하는 지렛대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라고 믿는다.-올해 주요사업은 어떤 게 있나
▲KEIT는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R&D 지원금의 40%에 해당 하는 약 1조 9500억원을 올해 예산으로 쓴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이 돈을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 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 중소기업기술개발사업, 기타사업 등 37 개 사업의 평가 관리에 투입한다. 이 중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은 미래 신산업을 육성하는 사업으로서 지원 액수는 약 1조 원이며, 전체 예산의 52%로 가장 많이 들어간다. 이외에 요즘 화제가된 스마트프로젝트도 우리의 주된 업무다.

-스마트프로젝트는 얼마나 진척되고 있나.
▲이 사업은 원래 KEIT의 주력사업은 아니었다. 금융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R&D와 설비투자를 유도해서 위기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마련된 민관 공동사업이다. 추가경정예산이 1550억원 지원되는 단기 과제다. 일반 R&D 과제가 3∼7년, 20억 원 내외를 지원하는 반면, 이 프로젝트는 1년에 30억∼300억 원을 지원한다.

현재 대부분의 협약은 마무리됐다. 사업비는 1차로 70%를 지급하고, 12월에 중간점검 후 나머지 30%가 지급된다(사업비 규모가 적은 2개 과제는 1차에 100% 지급). KEIT는 엄정하고 신뢰성 있게 평가관리를 진행하되 그 절차와 소요 시간이 기술개발의 가치를 갉아먹지 않도록 각종 통보ㆍ 협약 등을 온라인화하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마트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와 국민들의 관심이 크고 기업들의 의욕도 대단하다. 좋은 결실을 맺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

- 지역발전사업 평가기관의 역할과 향후 계획은
▲KEIT는 2010년부터 광역ㆍ지역발전특별회계가 지원하는 총 8조 7000억 원 규모의 지역발전사업에 대한 상위평가업무를 수행한다. 이는 지역발전위원회(위원장 최상철)가 KEIT의 산업기술 R&D 평가ㆍ관리 전문성과 지역산업진흥사업 등 지역발전사업의 연구기획 및 평가 실적을 높이 평가해준 덕분이다. 평가결과가 그 다음해 예산에 반영되는 만큼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특히 단순한 지역발전사업 평가가 아니라, 지역의 특성이 반영된 지표를 개발하는 등 지역을 위해 더 나은 방안이 무엇인지를 찾고 정부와 지역을 실질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내실 있는 평가 프로세스를 구축하려고 한다.

-R&D통합관리시스템 구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식경제R&D종합정보시스템(e-R&D)'은 지식경제부 R&D 사업을 수행하는 연구자들에게 통합된 온라인 채널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e-R&D를 통하면 사업공고, 과제접수, 협약, 변경요청 등이 단일 창구에서 처리할 수 있다. 또한 국가과학기술종합정보시스템(NTIS)의 지식경제부 R&D 정보 허브 역할도 수행할 예정이다. e-R&D 시스템은 2010년도 신규과제부터 서비스가 적용될 예정이다.

- KEIT는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출범했는데 선진화는 얼마나 진척됐나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국제기준이나 표준과 거리가 있다면 국제 사회에서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KEIT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에서 ISO 9001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ISO인증은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의 기획ㆍ평가관리 등 전 과정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표준(ISO) 품질경영시스템에 기반을 둔 경영시스템프로세스를 구축해 정부 R&D 사업의 최적배분과 투자성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R&D예산은 아직도 세계적 수준보다 낮은데
▲올해 국가 R&D 예산은 12조3000억원이다.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미국 1474억달러(약 206조원)의 5.8%에 불과하고, 일본 3조5000억엔(약 52조원)의 23% 수준이다. 미국은 주로 무기개발, 우주개발, 자연과학 분야에서 R&D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일본은 생명과학, 정보통신, 제조기술 등에 R&D 예산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같은 선진국은 매년 기술 흑자를 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기술적자국이다. 정부는 R&D 예산을 미래에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신성장동력 발굴, 육성하는 데 쏟기로 하고, 그린카를 비롯한 녹색산업, IT융합, 기술혁신 중소기업 확충 등에 R&D 자금을 배분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어떤 사업에 주력하는가
▲요즘에는 내년도 원천기술개발 지원을 위해 기업과 연구소, 대학 등을 대상으로 기술수요 조사를 한창 벌이고 있다.수요조사 결과를 과제기획에 반영, 과제뱅크제와 차년도 과제 발굴 영역분석(NEPSA)등을 통해 명품 R&D 기획 프로세스를 확립할 예정이다. 미 국방부 등이 활용하고 있는 평가기법인 기술성숙도지수(TRL, Technology Readiness Level)를 우리 산업에 맞추는 등 선진평가기법도 도입해 정착시키는 데 힘을 쏟을 생각이다. 오는 11월 25일에 개최할 '녹색성장(Green growth) 지원을 위한 국제심포지엄'도 꼼꼼하게 준비하겠다. 영국의 노만 마이어 교수 등 세계적 석학을 비롯, GE, 다우코닝 등 녹색기술 선도기업들이 참여하는 심포지엄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KEIT는 중장기적으로 어떤 일을 할 계획인가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와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의 수출에 힘입어 세계 11위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했다. 그 바탕은 끊임없는 R&D이었다. 우리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후 2~3년 뒤 재편될 세계 산업과 경제판도에 주목하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해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경기가 안좋을 때 성장기회를 선점할 수 있도록 산업기술 R&D 사업의 양적 성장과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매진할 생각이다. 전문적인 산업기술 기획ㆍ평가ㆍ관리를 통한 국가 기술 경쟁력 강화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게 KEIT 임직원의 신념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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