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일 "'모던보이', 실패했지만 소중한 경험"(인터뷰)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10억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쇼에 참가한 8명이 호주 서부의 오지로 떠나 마지막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멈출 수 없는 죽음의 게임을 펼친다. 박해일이 주연을 맡은 영화 '10억'은 리얼리티쇼와 스릴러, 어드벤처 심지어 호러까지 넘나드는 독특한 영화다. 스릴러 장르에서 유난히 재능을 발휘하는 박해일에게 딱 어울리는 작품이다.

◆ 스릴러가 어울리는 남자, 박해일부드러움과 광기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 박해일은 '살인의 추억' '괴물' '극락도 살인사건'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했다. 그중 '살인의 추억'의 명연은 아직도 많은 이들의 기억에 선명하게 자리잡고 있다. 영화 '10억'으로 박해일이 다시 스릴러의 세계로 돌아왔다.

"조민호 감독님이 대학로에 연극을 많이 보러 오시기도 하고 연극배우들과도 많이 친합니다. 그렇게 친분을 쌓게 돼서 언젠가 한번 기회가 되면 같이 하자고 했는데 지난해 겨울 우연히 술집에서 만나게 됐어요. 안부를 묻다가 감독님이 작품 준비하신다는 말을 듣게 됐고 제게 시나리오 하나를 주셨어요.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어서 하게 됐죠."

박희순, 신민아, 이민기, 정유미, 이천희 고은아 등 박해일을 빼고도 출연진은 쟁쟁하다. 혼자 두드러져 보이기는 힘든 영화다. 단독 주연일 때보다 영화 실패에 대한 부담감은 덜해 보인다. 그러나 박해일은 둘 다 출연을 결정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연기를 하다 보면 이런 영화, 저런 영화 다 하게 돼지 않나요? 작품이 신선했습니다. 시나리오를 보니까 개인적으로 호기심이 생겼고 여러 배우들과 어우러지는 것도 있을 것 같아 좋았어요. 전에는 송강호 김혜수 등 선배들과 출연한 적이 많았는데 이제 나이도 들고 결혼도 했으니 선후배 사이에서 중간자로서 조율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도 많죠. 그리고 영화 예산이 많지 않고 원톱이나 투톱이 아니라도 부담감은 여전합니다."

◆ "'모던보이' 실패했지만 소중한 경험"

현장에서 박해일은 '학생회장'으로 불렸다. 연극 선배 박희순이 스스로를 '복학생'으로 부르며 박해일에게 지어준 별명이다. 박해일은 현장에서 선배와 후배들 사이에서 조율의 역할을 담당하는 '학생회장'으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특히 박희순에 대해 "유해진 선배와 목화라는 극단에서 날아다니는 존재들이었다"며 "한 카메라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영화 '10억'에서 박해일은 10억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 쇼에 참가하게 된 냉소적인 다큐멘터리 PD 한기태 역을 맡았다. 자연인 박해일이라면 게임에 참가했을까? "최근 몇년간 CF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그는 주저함 없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돈이야 부족하면 적게 쓰면 되는 것이고 인기야 꾸준히 영화를 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대학로에서 연극하던 시기 처음 사인 요청을 받았을 때 정직한 글씨체로 자신의 이름을 썼던 것과 무관하지 않은 생각이다.

지난해 영화 '모던보이'로 흥행 참패의 쓴맛을 봤던 박해일은 "너무나 큰 경험이었고 발돋움의 개념이었다"며 "경험 자체로 소중하고 그것이 '10억'에서의 연기에도 분명하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1억원짜리 저예산영화이건 100억원짜리 대작영화이건 부담이나 책임감은 똑같다는 그는 차기작으로 강우석 감독의 '이끼'를 선택했다. '이끼'에서 보여줄 박해일의 연기가 궁금하다면 일부분은 '10억'이 남긴 긍정적인 힘 때문일 것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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