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조선·철강 '여성파워' 거세다

'영웅시대'란 드라마가 있었다. 조선업으로 일어선 대기업 회장의 창업스토리를 드라마화한 것인데, 선이 굵은 남자 배우가 주역을 맡았었다. 이처럼 철강, 조선, 레미콘 등의 산업은 남자 경영인이 굵은 팔뚝을 휘두르며 진두지휘를 하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몸집이 작고 여리게만 보이는 여성들이 이들 산업을 이끈다면? 올해 여성경제인의 날 행사에서 상을 받는 여성CEO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거친' 산업이라고 일컫는 곳에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표창을 받는 기보스틸의 창업자 최승옥 대표는 철강제품의 제품 불량률 제로를 달성해 거래기업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오리엔트 조선의 전수혜 대표도 남성형 산업이라고 여겨졌던 조선업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그녀가 이끄는 오리엔트 조선은 2004년 7월 국내 최대의 선박수리용 플로팅독을 설치하고 국내외 선박의 건조와 수리를 맡고 있다. 올해 9월에 약 30만평 규모의 광양 조선소가 완공되면 그녀가 시도하는 신조선 사업은 더욱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 백록 레미콘의 김명자 대표도 남성위주인 건설관련 업계에서 여성특유의 섬세함과 추진력을 갖고 사업을 추진했다.

이들 대부분은 가족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가꾸는 등 여성적인 섬세함이 더해진 경영으로도 유명하다. 매주 한번씩 직원들을 찾아가 애로사항을 듣고 때론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직원들의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금전적 지원도 애틋할 정도다. 덕분에 여성 대표가 이끄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불량율 제로, 노사분규 제로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업 3분의 1은 여성이 운영하고 있다. 더이상 '남성형 산업'이란 성역은 없다. 한국에서도 칼리 피오리나 같은 세계적인 여성 기업인이 나올 날이 멀지 않았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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