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게이트' 천신일ㆍ이택순 "대가성 없다"(종합)

사실상 혐의 부인
천신일 "세무조사 청탁 받았으나 돈과는 무관"
이택순 "사교적ㆍ의례적으로 받은 돈"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대가성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이택순 전 경찰청장이 첫 재판에서 사실상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규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천 회장 변호인은 "(박 전 회장으로부터)15만 위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이 돈이 세무조사 무마 청탁에 관한 대가성 금품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박 전 회장이 청탁을 한 것은 맞지만 이는 돈을 받은지 한참 뒤의 일"이라며 주고받은 돈의 대가성을 전면 부인했다. 천 회장 측은 혐의 가운데 '주식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 혐의만을 인정했다.

천 회장은 법정에 들어서기 전 기자들과 마주친 자리에서도 "(혐의를)시인할 수 없다"면서 "(박 전 회장이 2008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건넨 15만 위안은)레슬링 협회 부회장 자격으로 낸 돈이 틀림 없다. 모든 것을 재판에서 정직하게 말하겠다"고 밝혔다.

천 회장은 2008년 8월 박 전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15만위안(한화 약 2500만원)을 받고 6억2300만원 상당의 채무 면제를 요구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이밖에 2003년 6월 비상장법인 차명주식을 자녀들에게 불법 증여한 후 우회 상장하는 등 방법을 통해 증여세 101억2400만원과 양도소득세 1억7000여만원을 포탈한 혐의(특가법상 조세포탈), 2006년 8월~2008년 11월 세중나모여행과 관련한 사기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ㆍ주식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도 받고 있다.

천 회장에 앞서 재판에 임한 이 전 청장 또한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 하면서도 대가성은 부인했다.

이 전 청장 변호인은 "박 전 회장에게서 2만 달러를 수수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가 공소사실과 같은 취지로 돈을 교부했다는 점은 인정하기 어렵고 이 전 청장 역시 이같은 점을 모르고 돈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전 청장은 "당시 여름휴가 때 박 전 회장과 골프를 치기 위해 경남 김해 정산컨트리클럽을 친선 방문했다"면서 "(2만 달러는)사교적ㆍ의례적으로 주고받은 금품"이라고 해명했다.

이 전 청장은 그러면서 "어쨋든 금품을 받은 사실은 죄송스럽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7월 박 전 회장으로부터 "저와 태광실업 등에 형사사건 관련 문제가 생기면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미화 2만 달러를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전 청장은 2000년대 초반 부산ㆍ경남지역 지방경찰청장을 지내면서 박 전 회장과 친분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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