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넘긴 한은, 신발끈 고쳐맨다

이 총재, 강력한 기업구조조정 및 금융사 자산경쟁 자제 촉구

'경기하강세를 끝냈다'고 언급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강력한 기업구조조정을 촉구하는 등 경제회복을 위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 후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와 공개시장조작 등을 통해 신용경색을 해소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자신감에 근거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일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4개월 연속 금리동결(연 2.0%)를 결정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경기회복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경기하강세는 거의 끝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불과 한 달 전 같은 자리에서 "경기 하강속도가 뚜렷이 완만해 지고 있다"고 언급한 것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경기판단이다.

또 설비투자를 제외하고는 수요측면에서 대체로 개선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으며 이는 지난달 수요관련지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표현보다 큰 폭 진전된 수준이다.

이 총재는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의 '자유낙하'를 막는데 구원투수로서 '세이브'를 기록한 한은의 역할에 큰 자부심을 나타내면서 내부조직 역량 강화와 더 나아가 향후 강력하고 신속한 기업금융구조조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12일 이 총재는 한국은행 창립 59주년 기념사를 통해 "경기하강세가 멈춘 데는 정부의 재정지출과 더불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으로 낮추고 공개시장조작과 대출제도를 활용해 신용경색 해소를 도모하는 한편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데 힘입은 바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금융시장이 조기에 정상화되기 어렵고 대외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이어 내수기반 확충과 단기외채 의존도 완화, 그리고 금융기관의 지나친 자산확대 경쟁 자제 등도 주문했다.

작년 창립기념사에서는 물가안정이나 금융시장 상황만은 언급했던 이 총재가 발언수위를 한단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이 총재의 창립 기념사는 작년과 비교해 경기회복 과정에서의 한은 역할과 방향제시 수준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물가안정목표제의 제도 운영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혀 향후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행보도 본격화했다.

국내외적으로 물가안정목표제가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상당히 기여해 왔지만 미흡한 점이 있다면 제도운영방식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셈이다.

한은은 원유 등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압력이 점증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일단 물가기준선의 상하 변동폭(0.5%) 미세조정을 추진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금융시장 안정 기능 역학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 이 총재의 복심 아니겠냐는 것이 금융계의 분석이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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