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전기세'와 전기요금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 정부가 미루고 미루던 공공요금 인상을 추진하자 서민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경제는 바닥이고 세금부담은 여전한데 웬말이냐는 불만이다. 그런데 속내를 보면 단순히 "올려야 한다" "안된다"라는 이분법으로 판단하기 어렵게 됐다.



가장 애가 달은 곳은 당사자인 한국전력과 가스공사다. 한전은 작년에만 2조9000억원의 손실을 낸데가 지난 1분기에만도 1조원의 손실을 떠안고 있다. 방만경영을 없애고 조직을 줄이고 인원을 감축하는 등 비용절감에 나서도 한계가 있다. 한전은 상하반기 4.5%씩 연간 9%는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죽하면 김쌍수 한전 사장이 "17%는 올라야 하는데 13%정도는 만족한다"면서 "그나마 이 정도(9%)라면 나머지 4%정도는 더 긴축경영을 해서 내부에서 흡수하겠다"고 말했겠는가. 가스공사 역시 미수금만 5조원에 육박한다. 부채비율은 400%가 넘는다. 정부와 국회서 밑빠진 독을 계속 메워줘야 할 판이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상장사다. 블루칩 중의 블루칩이어야 할 전력, 에너지공기업주식은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별로다. 정부의 물가정책에 영향을 받는데다 수익구조가 단순하고 사기업마냥 유가, 환율과 수급, 재무유동성에 따라 요금을 올리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한전은 사상 처음으로 작년에 배당금을 포기했을 정도다. 가스공사는 배당을 했다가 국회서 혼쭐이 났다. 유가 환율이 안정세에 들고 요금이 오른다면 투자자로서는 그에 따른 요금 몇푼 나가는 것보다는 훨씬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 전력사 관계자는 "전기요금은 생활에 밀접해서인지 택시나 버스요금 인상보다 더큰 반발을 불러오는 것 같다"고 말한다. 조세저항과 같은 느낌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도 전기요금을 전기세라고 말하거나 인식하는 이가 적지 않다. 물론 세금과 요금은 다르다. 세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필요한 경비로 사용하기 위해 국민이나 주민으로부터 강제로 거두는 돈이다. 요금은 남의 힘을 빌리거나 사물,서비스비를 이용, 소비, 관람할 경우의 그 댓가다. 전기 가스는 국가가 강제로 걷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사용한만큼을 지불하는 요금이다.



전기나 가스요금을 현 수준을 유지하면 정부에서 국민들에 걷는 세금을 털어 손실을 보전해 주어야 한다. 개인과 가정의 부담은 줄어들지언정 국고에서 아까운 혈세만 낭비하는 꼴이니 별 차이가 없게 된다.



결국 정부가 인상의 적기를 놓쳤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지난해는 물론 두달 전까지만도 공공요금 동결을 고집하던 정부는 최근 "급격한 인상은 아니더라도 올려야 한다"며 선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진작에 국민을 설득했어야 했다. 눈은 쌓일 때마다 치워야 한다. 마냥 놔두면 빙판이 된다. 빙판을 깰 때는 눈 치우는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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