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경기선행 하락, 트리셰 "바닥쳤다"(상보)

지난주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세계 경제 낙관론을 펼친 데 이어 11일(현지시간)에는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세계 경기침체가 바닥을 쳤다며 장밋빛 전망에 힘을 실었다.

이날 트리셰 총재는 스위스 바젤 국제결제은행(BIS)의 선진 10개국(G10)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회복기미를 나타내는 등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밝혔다. 회의 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는 "경제 성장에 관한 한 우리는 경기 사이클 상의 변곡점 근처에 도달했다"며 "아직 안심할 시기는 아니지만 최근 고무적인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같은 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중국의 경기 침체가 바닥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날 OECD가 발표한 3월 경기선행지수는 92.2로 전월의 92.4에서 0.2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영국은 96.3에서 96.6으로, 프랑스는 96.8에서 97.9로, 이탈리아는 96.6에서 97.4로, 중국은 92.1에서 93.0으로 각각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파이낸셜 타임스(FT) 역시 최근 발표된 지표들에서 경기침체의 바닥을 알리는 신호가 만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을 제외한 FTSE 세계주가지수에서 3월 이후 글로벌 증시가 40% 이상 상승하며 세계 경기침체가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에선 수요 회복 조짐이 일면서 기업 및 소비 심리도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기회복 신호들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와 'IMF·세계은행 춘계회의' 참석자들이 표명했던 우려를 무색케 하고 있다.
당시 회의 참석자들은 세계 경제가 올해 약간의 침체를 보인 후 2010년에나 완만한 회복세에 들어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트리셰 총재 역시 지난주까지만 해도 "2010년에는 물론 회복 기조에 들어서겠지만 남은 올 한해는 경제활동이 매우 부진할 것 같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만 일부 경제전문들은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들은 11일 발표된 이탈리아의 3월 산업생산이 전년 동기에 비해 거의 24%나 감소한데다 같은 기간 프랑스의 산업생산 역시 1.4% 줄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낙관론을 거론하긴 이르다며 1분기 유로존의 경제는 2~2.5%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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