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의 노하우’-전기 수도요금 잘내고 있나요

은행지점장들이 말하는 신규대출체크리스트


"기업의 전기 요금이나 수도 요금을 반드시 체크합니다."
 
광주 서구 A은행 화정지점장은 중소기업에 신규 대출을 해줄 때 자신만의 체크리스트와 노하우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력 사용량은 공장이 얼마나 가동되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에 요금을 잘 내고 있는가는 기본이고, 얼마나 많이 쓰고 있는가를 반드시 확인한다"며 "물 사용량이 많은 업체는 수도요금을 체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 지점들이 중소기업에 대해 신규 대출을 해줄 때 해당 기업의 비(非)재무적인 측면을 꼼꼼하게 따지는 게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재무제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으며 회계장부가 있다고 해도 지난간 시점의 회계자료만으로는 제대로 된 대출심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전기ㆍ수도요금 등을 내지 못하고 있거나 사용량이 현저하게 줄었다면 십중팔구 문제가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반드시 챙겨봐야 한다는 게 은행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광주 광산구 B은행 하남공단지점장은 "일반적으로 일선 지점장들은 경험과 학습으로 몸에 익힌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며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대출 신용평가를 할 때 전기요금이나 기업 대표의 평판 등을 살피는 게 오히려 더 정확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파악하는 노하우는 지점장마다 다르다.
 
회사를 찾아갔을 때 사장실에 걸려 있는 월간 일정표를 유심히 보는 지점장도 있다. 일정이 없다면 제대로 경영을 하지 않고 있다고 의심해 볼 수도 있다는 것.

또 사장이 공장이나 사무실을 자주 비우거나 편지함 등의 정리정돈이 제대로 안돼 너저분한 회사도 요주의 대상이 된다.
 
경영 회의가 잦은 회사는 실적이나 경영 여건이 아주 좋거나 혹은 아주 나쁜 경우가 대부분으로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회의 횟수도 중요한 체크 대상이 된다.

큰 공장 같은 경우는 구내 식당의 음식 재료를 살펴보기도 한다. 장사가 잘되는 곳은 재료의 질부터가 신선하고 다르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쟁업체를 통해 얻는 정보와 해당 업체에 대한 소문들도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개인사업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음식업종은 일정 기간 주류 차량이 몇 대가 오는 지, 하루 동안 소주 등의 주류 판매량이 어느정도인지가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여기에 회사 분위기, 주차장에 차가 얼마나 있는지 등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들도 모두 체크 대상이다.
 
시중은행 한 심사기획팀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나 사장에 대한 평판이다"며 "이러한 비재무 항목에 대한 평가가 좋다면 상황에 따라 신용등급을 올리거나 금리 할인을 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광남일보 배동민 기자 guggy@gwangnam.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