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朴과 대질신문 거부한 속내는

대질시 돌발상황 우려 '마이너스' 계산
법정서 최종 승부 가리겠다는 의미 풀이
사법처리 불가피…구속이냐 불구속이냐
수사팀은 영장 청구 원해…총장은 신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검찰 소환 조사 과정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의 대질신문을 거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그 동안 위기 때마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정면승부를 해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최종 승부를 법정에서 가리려는 노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굳이 마주치지 않아도 되는 박 회장을 만나 돌발상황을 발생시킬 필요는 없다는 계산에 따른 판단으로 풀이된다.

◆盧 돌발상황 우려 "법정서 최종 승부" = 검찰은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 간 진술이 어긋나는 부분을 대질신문하기 위해 30일 오후 2시께부터 박 회장을 대검청사에서 대기시켰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에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오후 11시께 박 회장을 특별조사실 1120호로 들여보냈으나, 노 전 대통령이 악수만 한 채 대질신문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가 아니고 시간이 너무 늦었다'는 이유로 대질신문을 거부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과의 대질신문을 거부한 이유는 조사 마지막까지 자신에게 불리한 악수를 두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노 전 대통령은 대질을 통해 본인의 혐의가 거짓임을 입증할 수도 있겠지만, 박 회장의 진술에 말려드는 등 돌발상황이 발생할 경우 굳이 감수하지 않아도 될 위험성까지 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검찰이 기소할 것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검찰과의 마지막 승부를 법정에서 가리겠다는 노 전 대통령의 다중 포석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盧 구속여부 주목..檢 내주초 결과 발표 = 검찰은 대질신문이 무산됐음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표명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31일 오전 2시20분께 수사브리핑에서 "대질신문이 이뤄지지 않아 미흡한 면이 없지는 않으나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홍 기획관은 이어 "오늘 중으로 조사된 진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현재로서는 노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가급적 노 전 대통령을 재소환하지 않을 방침이며, 내주 초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불구속 기소할지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이날 중 조사를 마무리한 뒤 의견을 모아 검찰 수뇌부에 사전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임채진 검찰총장 등 수뇌부는 신중론의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정치적 부담감'을 감수하면서까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수사 형평성'을 내세워 불구속 기소할지 여부에 검찰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