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벌벌 떠는 '무서운 중국 커플'

포브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와 리링 상무부 조약법률사 사장 부부임을 확인

남편은 미국 달러화의 기축 통화 지위를 뒤흔들고, 부인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감시한다면 미국으로서는 정말 무서운 커플 아닐까.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온라인판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와 상무부(商務部) 조약법률사(條約法律司)의 리링(李玲) 사장이 부부 사이라고 소개했다.

저우 총재는 최근 글로벌 금융 시스템 개혁을 부르짖으며 달러화의 기축 통화 지위에 의문을 제기하곤 했다. 리 사장은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은 판에 미ㆍ중 무역분쟁이 점증하면서 언론으로부터 조명 받기 시작했다.

리 사장이 이끄는 조약법률사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아래 대미(對美) 무역분쟁 처리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중국은 요즘 미국을 WTO에 공격적으로 제소하고 있다.

저우 총재와 리 사장은 중국의 대미 금융ㆍ무역 관계에서 중심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으로서는 이들 부부를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중국산 닭고기 수입 금지, 일부 공산품에 대한 반덤핑ㆍ상계 관세를 둘러싸고 WTO에 제소해놓은 상태다. 반면 미국은 중국의 몇몇 수출 부문 보조금을 둘러싸고 맞제소했다.

인민은행은 아시아ㆍ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이로써 위안화의 국제적 지위를 끌어 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 3월 저우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달러를 대체할 다른 기축 통화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발끈한 것은 물론이다.

리 사장의 이력에 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 리 사장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격으로 짐작된다. 다만 상무부 웹사이트에 그의 간단한 이력서만 올라와 있을 뿐이다.

상무부에서 27년 간 잔뼈가 굵은 리가 조약법률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지난해 8월이다. 이전 1년 6개월여 동안에는 상무부 공평무역국(公平貿易局)을 이끌었다.

조약법률사는 중국의 무역협정 및 대외 무역분쟁을 다루는 부서다. 한편 공평무역국은 외국 기업들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조사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2007년 상무부 웹사이트에 게재된 동영상에서 리 사장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중국 국익을 크게 해치고 중국인의 감정을 몹시 불편하게 만들었다. 미국이 취한 일련의 잘못된 행동은 미ㆍ중 무역관계의 건강을 해치고 양국 무역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중국은 WTO 회원국으로서 온전한 법적 권리를 갖고 있다."

상무부는 포브스에 저우 총재와 리 사장이 부부임을 확인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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