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는 아직 '겨울'

올 1~2월 생산ㆍ내수ㆍ수출 전년동기비 절반 가까이 줄어

건설 경기가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건설 기계 산업은 여전히 매서운 한파에 고전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와 한국건설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2월 굴삭기, 지게차, 휠로더, 스키드로더 등 건설기계 완제품 생산 및 판매는 각각 5204대, 5795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각 62.0%, 57.5% 급감했다. 판매의 경우 내수는 2077대, 수출은 371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9.0%, 63.6% 줄었다.

2월 한 달만 놓고 본다면 1월에 비해 생산은 17.4%, 판매는 8.2% 증가해 저점을 찍은 것이 아니냐는 설명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기업들이 수요 감소에 대비해 생산량을 줄인데다 설 연휴를 전후로 장기간 집단 휴가를 보내는 등 조업일수가 현격하게 감소했다는 점을 놓고 본다면 2월 증가세 반전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실제로 작년 2월에 비해 판매는 30.5% 감소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중고 건설기계 시장도 매물을 내놓는 사람이 사는 사람보다 더 많은 실정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중고 건설기계 업체 관계자는 "연말에 비해 다소 줄긴 했지만 기계를 사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면서 "2대의 굴삭기를 운영해야 할 공사장 현장에서 한 대만 쓸 정도로 어려운데 누가 거금을 들여 기계를 사겠느냐"고 말했다.

수출 감소세는 더 큰 문제다. 서유럽, 북미 등 선진국 시장의 침체 지속과 신흥시장의 감소세가 예상보다 가파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내수 판매보다 부진의 정도와 속도가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월 건설기계 수출은 총 180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2.0% 급감했으며,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2000대 이하에 머물렀다. 금액면에서도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연속 2억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내수와 판매 모두 시장이 축소되면서 관련 업계는 인력 구조조정과 자금 수혈 등 생존을 위한 내실경영에 들어갔으며, 이로 인해 신제품 출시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시장에 선을 보인 건설기계는 볼보건설기계, B프라임 시리즈 굴삭기와 현대중공업의 14t급 휠 굴삭기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위기 타개를 위해 각 업체들은 마케팅 역량을 극대화 하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현지 굴삭기 판매가 증가세로 반전하는 추세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은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인터마트 건설장비전에서 을 통해 유럽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수와 수출 모두 당장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보이진 않고 있다"면서 "하반기 이후에는 개선되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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