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진정한 일자리 나누기 되려면

일자리 나누기 일환으로 추진 중인 대졸초임 삭감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잡 쉐어링(job sharing)의 근본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잡쉐어링은 신입 직원들의 연봉을 깎아 인턴 혹은 정규직 신입을 더 채용하자는 것이 골자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청년실업자를 조금이나마 줄이고, 기업들의 채용 규모를 늘려보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문제는 실행방법에서 비롯된다. 일각에서 신입사원들의 희생을 일정부분 강요한다는 측면과 임금삭감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전경련이 '경쟁국(일본)보다 과도하게 높은 대졸초임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며 대졸초임이 2600만 원 이상인 기업은 최대 28%까지 차등 삭감하겠다고 밝힌 것도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전경련이 삭감기준으로 제시한 2600만원은 기본급에 제수당, 고정상여금 등이 포함된 월임금총액인 반면 비교가 됐던 일본은 정액금여 기준으로 임금 비교 기준 자체가 잘 못 됐다는 평이다. 특히 전경련은 2007년 기준 우리나라 대졸초임이 198만원으로 일본의 162만원 보다 높다고 제시했지만 상여금과 환율을 감안해보면 오히려 일본이 두 배 가까이 높게 된다.

전경련이 고통분담을 통해 일자리나누기에 적극 나서자는 의미에서 이 같은 자료를 냈다는 점을 심정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해외사례와 국내 실정을 적절하게 비교 분석해서 좀 더 치밀하게 자료를 만들었어야 했다. 신입사원의 입장에선 임금삭감이 반가운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임금은 생계와 직결된 것이며 노사간의 가장 예민한 부분이다. 그런 임금을 깎는데 공정성과 투명성은 물론 합리성도 뒤따라야 한다. ‘일자리 나누기가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처럼 국가 브랜드로, 시대정신을 만들어 가자’고 한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의 진정성이 통하려면 정부, 재계가 진심으로 노동자들을 설득하는 자세가 우선이다. 아무리 작은 돈이라도 따뜻한 마음이 담겨야 진정한 '나누기'가 아닐까.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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