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vs 공정위, KT-KTF 합병 놓고 '엇박자'

방통위 '속도론'에 공정위 '신중론' 대두...방통위 내부서도 불만 토로

'속도내자' vs '신중하자'

방송ㆍ통신 시장의 판도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KT-KTF 합병 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합병 추진에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공정위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 KT-KTF 합병의 새로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3일 방통위 관계자는 "KT-KTF 합병이 시장에서 큰 문제가 되겠느냐"며 "논의를 해봐야하겠지만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빨리 처리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현재 심사 중인 KT-KTF 합병이 생각보다 신속하게 처리될 수도 있음을 내비친 발언이다.

앞서 KT는 KTF와의 합병인가 신청서를 지난 1월21일 방통위에 제출했다. 방통위는 합병 인가가 접수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결론을 내려야 하며, 이 기간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면 무기한 심사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방통위의 기류가 이미 '합병'쪽으로 기운만큼 60일 이내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근 이병기 상임위원이 사견임을 전제로 "민간 사업자들의 결정에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필요는 없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최시중 위원장이 이석채 KT 사장 취임식에 축하 영상을 보내 "정부가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도 KT-KTF 합병에 대한 방통위의 우호적인 제스처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기류에 대해 방통위 내부에서도 불만이 적지 않다. KT-KTF 합병을 심사하는 담당과의 한 관계자는 "이제 막 심사가 시작됐는데 다른 얘기들이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른바 '속도론'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2개월 내 승인을 해주지만 합병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특별한 사유가 발생해온 과거 사례를 비춰보면 마무리 시점을 짐작하기 어렵다"면서 "현재 구성된 자문단의 의견도 듣고 공정위와 협의도 거쳐야 하는 만큼 합병이 될지, 또 언제 될지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신중론을 개진했다.

KT-KTF 합병건을 심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도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3일 방통위로부터 KT-KTF 합병에 따른 경쟁 제한성 등에 대한 의견을 요청받은 바 있다.

김준범 공정거래위 지식산업경쟁과장은 "KT-KTF 기업 결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가능하면 30일 내 끝내겠지만 필요하다면 심사 기간을 늘려서라도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기업결함 심사 기간은 짧게는 30일, 길게는 120일까지로, 공정위 심사가 길어지면 5월18일까지 합병절차를 마치겠다는 KT-KTF의 계획에는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공정위는 4일 SK텔레콤과 LG텔레콤 등 '비(非) KT 진영'과 간담회를 갖는 데 이어 케이블TV 등 관련 업계로부터 폭넓은 여론을 수렴할 방침이다. 김준범 과장은 "시점을 정해놓고 사안을 검토하지 않겠다"며 합리적인 결론 도출을 위해 심사를 서두르지 않을 뜻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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