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해도 너무한 정정공시...투자자만 '분통'

증시에 '정정 공시 주의보'가 발동됐다.

올 들어 채 한 달도 안돼 300건에 육박하는 정정 공시가 쏟아져 투자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 것.

기본적으로 정정 건수가 지나치게 많은 데다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만한 악재를 뒤늦게 정정 공시하는 등 피해가 우려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수ㆍ합병(M&A), 자산 양ㆍ수도 계약, 실적 등 주가에 민감한 사항은 반드시 정정 공시를 챙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적 정정을 하는 경우엔 대부분 실적이 되레 나빠졌거나 자산 양ㆍ수도 계약은 납기일을 차일피일 늦추다 결국 협상이 무산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전날(28일)까지 유가증권(64건)과 코스닥(235건) 시장을 합쳐 정정 공시를 제출한 상장사는 총 299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거래일 평균 18번의 정정 공시가 쏟아진 셈이다. 기타법인을 포함하면 건수는 더 많아진다.

일례로 코스닥 상장사 네오쏠라는 지난해 4월 수익 구조 다각화를 위해 서성헌씨로부터 네오솔라셀 보통주 51만주(지분율 51.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금 및 중도금 165억원 이외에 잔금 26억2500만원이 남았으나 수차례에 걸쳐 대금 지급 시기를 연장했음에도 계약은 이행되지 않았다. 결국 전날 네오쏠라는 8개월 만에 계약이 불발됐음을 알렸다.

유진기업으로부터 유진투자증권 보통주 3500만주(6.04%)를 350억원에 양수한 한국종합캐피탈의 경우엔 자산 양수에 소요되는 자금 원천을 정정했다. 내부 자금 부족으로 300억원 규모의 단기 차입에 나선 것.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정 공시는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고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분명히 문제가 있다"면서 "잦은 경우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갑자기 차입을 하게 되면 재무 구조 악화가 불가피한 데다 최근과 같이 경기가 나쁠 때엔 차입금 증가가 투자 심리를 악화시켜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정정 공시에 대해 그동안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상장법인 규정에 따라 주가 흐름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항을 기준으로 정정 공시와 변경 공시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규정 자체를 보다 세분화하는 등 내부 시정 검토를 하겠다"며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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