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인사이드] 가시화되는 오바마노믹스의 위력

뉴욕·유럽 증시에서 금융주 폭등

오바마노믹스에 대한 막연했던 기대감이 현실에서 구체화되면서 뉴욕 증시가 기대 이상의 상승세를 이어지고 있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인준을 계기로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오바마노믹스는 배드뱅크 설립 가능성이 구체화되고 825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 하원 표결 실시가 확정되면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오바마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만했던 뉴욕 증시에서는 다시 한 번 금융주 랠리가 재연됐다. 다우지수 구성종목 중 씨티그룹(18.59%) 뱅크오브아메리(13.69%) JP모건 체이스(10.38%)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오바마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은 유럽에서도 맹위를 떨쳤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 방크가 17%,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이 21% 올랐다. 영국의 최대 모기지업체 로이즈는 무려 43% 폭등했다. 스페인 최대 은행 방코 산탄데르도 9.2% 뛰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발빠른 행보로 시장을 만족시키고 있다.

특히 은행들의 부실자산을 전담으로 처리해줄 배드뱅크의 설립 가능성은 금융 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크게 덜어내주고 있다.

셰일라 베어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은 FDIC가 배드뱅크 운용을 전담할 것이라고 밝혀 배드뱅크 설립을 구체화시켰다.

포르티스 프라이빗 뱅킹의 한 주식 투자전략가는 배드 뱅크 설립과 관련해 "은행들이 대차대조표상의 부실을 말끔히 하고 새 출발을 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마련한 825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하원 표결이 이날 실시된다는 점도 호재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원 통과를 확신한다면서 다시 한 번 믿음을 던져줬다.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원은 비슷하지만 별개의 법안 마련에 대해 논의 중이다. 두 법안이 모두 통과될 경우 조율 과정이 필요할 것이고 경기부양책 실행을 위한 시간은 지연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오바마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이날 발표된 웰스파고의 8년 만의 분기 적자 전환 소식도 증시에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와코비아 인수로 인해 2001년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지만 와코비아 인수 비용 등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웰스파고의 분기 순이익은 주당 41센트로 시장 예상치인 33센트를 뛰어넘었다. 웰스파고는 분기 배당금을 줄이지 않고 정부 지원금도 필요없다고 밝혀 시장에 안도감을 심어줬다.

뉴욕 증시 랠리에 힘입어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다소 누그러졌고 금 가격은 다시 9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금 4월물 가격은 전일 대비 11.40달러(-1.3%) 하락한 온스당 8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현재 수준의 금 가격이면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알타베스타 월드와이드 트레이딩의 톰 하트만 상품 애널리스트는 "금 가격이 온스당 900달러면 매수세가 많지 않다"며 "트레이더들은 금을 다시 사기 위해 온스당 880달러로 가격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금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 국채 가격도 큰폭으로 떨어졌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2.52%에서 2.62%로 뛰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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