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노른자위 땅' 다이아몬드형으로 파낸 이유는?

경기 불황에 나대지 묶이자 '풍수지리' 의존


“광주시 서구 치평동 1249번지는 기가 세다. 이를 막으려면 다이아몬드형으로 땅을 파야한다.”

광주 서구 치평동 1249번지 일대를 지나가는 행인들은 나대지 한가운데를 정교하게 다이아몬드형으로 파놓은 걸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행인들은 그래서 '왜 이처럼 땅을 파놨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사진 참조>

이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한 데 모으고 있는 이곳의 숨겨진 사연은 무엇일까.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행복디앤씨는 2006년 7월 9917.4㎡에 달하는 이 땅을 400억원에 구입한다. 부동산 개발사업과 컨설팅을 비롯해 분양대행 및 용역관리ㆍ시공 등을 주 업무로 삼고 있는 이 회사는 400억 중 15%를 투자하고 85% 이상을 은행에서 차입해 주거용 오피스텔로 허가받는다. 소유권을 갖게 되지만 날로 커지는 이자부담은 물론 건물하나 들어서지 못하는 등 나대지로 발이 묶이자 결국 '풍수지리'라는 히든카드를 꺼내들게 된다.

실제 상무지구의 노른자위, 일명 '황금의 땅'으로 거듭날거라는 기대감에 구입한 이 곳의 공시지가는 2002년 1월1일 3.3㎡당 164만원에 불과했으나 2006년 246만원, 2007년 251만원, 2008년 253만원으로 불과 6년만에 가치가 70%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와 은행 대출이자 부담 등으로 골칫거리 땅으로 전락하자 한국자산신탁㈜에 담보신탁을 해놓은 상태. 이처럼 일이 꼬이자 소유자들은 문제를 해결하려 지관을 찾아 '기가 세다'는 말을 듣고 다이아몬드형으로 땅을 파게 된 것이다.

서구 농성동에 있는 한 철학원 관계자는 "보편적으로 땅이 팔리든 안 팔리든 그대로 땅을 두는 게 일반적인데 다이아몬드형으로 땅을 파 놓았다는 것은 명백히 땅에 큰 문제가 있다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2003년부터 ㈜행복디앤씨에 몸담았던 한모씨는 "'다이아몬드형으로 땅을 파면 앞으로 땅 기운이 일어 '상무지구의 노른자위로 거듭날 것이다'는 지관의 말에 땅을 파놓은 것으로 안다"고 당시 상황을 귀띔해줬다.

이와 관련 ㈜행복디앤씨 관계자는 "주거용 오피스텔로 허가를 받았다. 전반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공사가 지연되고 있을 뿐이지 기가 세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다"고 말했다.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현재 이 일대는 은행에서 빌린 돈을 다 갚을 때까지 우리 측에서 관리를 해줘야 한다"며 "채무 부분이 해결되면 건물을 신축할지 토지를 매각할지 여부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담보신탁

부동산신탁중 하나로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는 금융상품이다. 금융 담보제도인 저당제도를 대신한 담보제도로 간편하게 대출받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대출기간이 만료될때는 위탁자가 대출금을 갚으면 신탁계약을 해지하고, 신탁 부동산을 위탁자에게 돌려주고 갚지 못할 경우에는 부동산 신탁회사가 신탁 부동산을 처분해 그 대금으로 금융기관 대출금을 갚는다.



광남일보 강승희 기자 ksh2624@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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